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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vs ‘과거의 영광’ 맞붙는 필리핀 대선

‘더 나은 미래’ vs ‘과거의 영광’ 맞붙는 필리핀 대선

기사승인 2022. 05. 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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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ELECTION/ <YONHAP NO-1247> (REUTERS)
지난 7일 필리핀 마카티시에서 열린 로브레도 대통령 후보의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환호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모습./제공=로이터·연합
필리핀이 9일 새로운 지도자와 공직자를 선출한다. 대통령·부통령은 물론 상·하원의원과 지방 정부 공직자를 선출하는 필리핀은 ‘더 나은 미래’와 ‘과거의 영광’이 맞붙는 모양새다.

8일 AFP 등 외신과 현지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대선 하루 전과 당일인 8~9일 전역에서 금주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틀간 벌어질 수 있는 논쟁이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국의 금주조치만큼이나 후보들의 막판 유세도 치열했다. 공식적인 선거 유세가 끝나는 지난 7일 밤 수도 마닐라시 인근에서는 주요 후보들의 마지막 행사가 열렸고 수십만 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대통령 후보 가운데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독재자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은 마닐라시 인근 파라냐케시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쳤다. 후보 측은 유세에 10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유세에서 봉봉 마르코스는 “우리가 힘을 합쳐 다시 세계와 마주하고 우리의 깃발을 흔들 때 우리는 필리핀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날이 올 것”이라 강조했다.

악명 높은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봉봉 마르코스는 지지자들에 의해 ‘과거의 영광을 다시 가져다 줄 후보’로 포장되고 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거 그의 아버지가 집권했던 시기가 필리핀이 부유했고 영광스러웠던 ‘황금시절’이라 세뇌시키는 캠페인 전략에 그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56%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봉봉 마르코스의 강력한 맞수인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은 같은날 마닐라 인근 마카티시의 금융 중심 지구를 찾아 마지막 유세를 벌였다. 로브레도를 상징하는 분홍색 옷을 입은 지지자 등 80만명가량이 모였는데 이는 1983년 아키노 상원의원 암살 당시 젊은 층이 분노해 항의 시위에 나선 이후로 이곳에 모인 최대 규모 인파다.

로브레도는 ‘더 나은 미래와 깨끗한 국가’를 내세우고 있다.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의 독재·권위주의와 부패·인권침해 등을 정면으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그는 마지막 유세에서도 “필리핀은 무고한 사람들은 자유롭고 죄를 지은 사람들은 책임을 지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가문과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감히 우리 역사를 다시 (왜곡해) 쓰는 자들에게 강력히 반대한다”는 비판을 던졌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로브레도의 지지율은 23%에 그쳤지만 국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톨릭 성직자들이 잇따라 지지 선언을 내고 있어 판세를 뒤집을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큰 이변 없이 봉봉 마르코스가 당선되더라도 부패와 인권침해 등으로 시민들의 혁명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 가문이 36년만에 정권을 잡게 된 만큼 필리핀 사회도 지난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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