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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4개월 만에 수술대 오른 ‘정은보식’ 검사체계

[취재후일담] 4개월 만에 수술대 오른 ‘정은보식’ 검사체계

기사승인 2022. 05.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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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금융증권부 기자
금융권에서 잇따라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금융감독원의 검사제도가 또 다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체계를 고친 지 겨우 4개월 만입니다. 우리은행 614억원 횡령 사건에서 내부통제로도 범죄를 잡아내지 못하는 한계점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검사 방안을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죠.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금감원 수시검사를 통해 밝혀진 ‘횡령 직원 A씨의 50억원 추가 횡령 정황’을 먼저 적발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해당 범죄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에도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이 돈은 2012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이 인천 공장 부지 매각과 관련해 받은 계약금이었습니다. 계약 무산으로 몰수된 계약금을 우리은행이 관리해왔죠. A씨는 돈을 한국자산신탁에 맡긴 뒤 채권단의 요청으로 회수한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빼돌렸습니다.

우리은행은 채권단의 간사은행이었지만 돈이 우리은행 계좌가 아닌 한국자산신탁에 맡겨지면서 빈틈이 생겼습니다. 다른 금융사의 입출금 내역을 볼 수 없어 문서 위조를 알아챌 수 없었던 겁니다. 금융권에서 아무리 꼼꼼한 내부통제제도를 갖췄더라도 범행에 바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유입니다.

반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검사 도중 한국자산신탁을 대상으로도 추가 검사를 진행하며 횡령 사실을 적발할 수 있었습니다. 금감원 검사의 중요성이 커진 셈이죠, 이에 금감원은 수시검사를 마치고 검사 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현재 금감원 검사는 지난 1월 정 원장이 검사·제재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편한 체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후 감독’의 역할을 했던 종합검사가 시장친화적인 정 원장의 방향에 따라 ‘예방’에 중점을 둔 정기·수시검사 체계로 바뀐 상태입니다.

하지만 횡령 등 범죄를 바로 적발하려면 검사가 강화돼야 합니다. 금융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죠.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를 한 번 받으면 그 기간에 금감원의 요청 자료들을 정리하고, 한 번 더 검토해야 하는 등 업무량도 늘어난다”고 고충을 설명했습니다.

최근 정부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는 등 금융권 그립을 세게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횡령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검사 체계 구멍을 보완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개입이 금융권의 경영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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