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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앞둔 3·4세, 지렛대는] 이웅열 장남 이규호 ‘경영 수업’ 열공…지분 확보 관건

[승계 앞둔 3·4세, 지렛대는] 이웅열 장남 이규호 ‘경영 수업’ 열공…지분 확보 관건

기사승인 2022. 06.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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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퇴진 후 경영능력 검증대 올라
젊은 감각 앞세워 '미래 신사업' 집중
지배력 강화 위해선 '지분 확대' 필수
이 부사장 지분 보유사 역할 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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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서 재산은 물려주겠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

지난 2018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퇴진하며 한 말이다. 현재 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남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에게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재계에선 별도의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던 만큼 이 부사장이 향후 그룹을 물려받을 후계자로 기정사실화했었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의 발언으로 이 부사장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문경영인 체제도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84년생인 이 부사장은 2012년 그룹의 모태인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 차장으로 입사한 후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인더 등의 계열사에 몸을 담으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코오롱인더 FnC 부문 COO,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 등을 맡아오며 사실상 경영 능력 검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사장은 소탈하고 합리적인 성향으로 알려졌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게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회의에서도 자율토론을 진행하며 직원들과의 격의없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해진다. 이 부사장은 육군 현역으로 복무했으며, 레바논 UN평화유지군 동명부대 해외파병에 자원하기도 했다.

특히 젊은 감각을 사업에 담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이 부사장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을 맡은 이후 지프의 딜러사로 선정된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아웃도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본 이 부사장은 지프를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부문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룹의 수소사업을 총괄하며 미래 신사업을 이끌고 있는 것도 이 부사장의 역할이다.

경영 승계를 위해선 경영 능력 입증도 중요하지만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도 필수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것과 별개로 지분 확보는 아직 첫 발도 떼지 않은 상태다. 지분을 증여받는다고 하더라도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가 약 14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인데, 이 부사장이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는 7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이 싱가포르에 지분 100%를 보유하고 대표를 맡고 있는 경영자문회사들의 역할에도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어바웃피싱과 메모리오브러브 등 이 명예회장이 설립한 벤처회사들의 지분도 10%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 그룹사는 아니지만 이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인 만큼 향후 승계 과정에서 역할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싱가포르에 ‘VITSURO VITSURA PTE. LTD.’, ‘HAMKE VITSURA PTE. LTD.’ 등의 경영자문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사장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이 회사들의 설립 시기는 지난해 5월, 올해 4월이다.

경영자문회사이지만, 코오롱의 계열사는 아니어서 현재 어떤 업무를 하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이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등은 이 부사장의 승계 자금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바웃피싱과 메모리오브러브 등 국내 회사도 이 부사장이 지분을 10%씩 보유했다. 이 명예회장이 각각 70%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이 명예회장의 두 딸인 이소민(10%), 이소윤(10%)씨도 지분을 가졌다. 어바웃피싱은 낚시 플랫폼, 메모리오브러브는 업싸이클링 의류 회사다. 아직 벤처회사이지만, 향후 성장 여부에 따라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때 자금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주)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지분 49.74%를 보유한 이 명예회장이다. 지난 24일 기준 이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가치는 1369억원 규모다. 이 부사장이 이 지분을 승계받는다고 가정하면 최대주주 할증 등이 반영돼 약 7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 부담이 발생한다. 향후 승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이 부사장이 지분을 가진 회사들이 아직 설립 초기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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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부사장(오른쪽)과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이 MOU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스텔란티스코리아
이 부사장이 이끄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은 외형적 성장과 내실을 다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은 BMW, 볼보, 아우디, 롤스로이스, 지프 등 8개 브랜드, 81개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이 부사장은 대면 산업 트렌드에 발맞춰 지난해 11월 아웃도어, 캠핑 등에 특화된 지프 브랜드 딜러십을 추가하며 공격적인 외형확장에 나섰다. 또한 전기차로 진화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를 고려해 볼보의 전기차 전문 브랜드인 폴스타를 국내에 선보였다.

이 부사장의 이런 노력 덕분에 자동차부문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익은 2조54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765억원) 대비 39%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45억원에서 571억원으로 66%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수익 4387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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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부사장(왼쪽),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오른쪽)이 MOU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코오롱글로벌
이 부사장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비즈니스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모바일 금융전문서비스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퍼블리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핀테크를 활용한 전자결제시스템을 도입하고 자동차 구매 등 관련 서비스 이용에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그룹의 신사업인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코오롱은 수소사업 마스터플랜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부품, 풍력사업 기반의 수전해기술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등 기존 사업과의 접점을 찾아 수소산업 전반에 역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0년까지 이 부사장이 직접 담당했던 코오롱인더 FnC의 실적 또한 최근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당시 이 부사장은 아웃도어 시장의 부진과 유통 플랫폼의 변화에 직면한 후 온라인 유통채널을 강화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었던 판매 채널을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하고 비대면 시대 적합한 마케팅 포인트를 적극 반영해 캠핑, 아웃도어 중심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했다. 최근 지포어를 비롯해 젊은 고객층의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웨어 사업도 이 부사장 재임 시절 론칭한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당시 체질개선 작업이 밑바탕이 돼 지난해 코오롱인더 FnC 부문의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하며 순항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싱가포르 소재 회사와 어바웃피싱, 메모리오브러브 등은) 개인 회사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아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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