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천주교 예수회...영화 ‘미션’부터 ‘음모론 단골’까지

천주교 예수회...영화 ‘미션’부터 ‘음모론 단골’까지

기사승인 2022. 06. 27. 11:5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하느님의 군대' '천주교 특공대' 등 별명
군인 출신 이냐시오의 회심으로 시작
뛰어난 리더쉽, 교육사업으로 교세 확장
clip20220627092228
2019년 7월 예수회 총장 아르투로 소사 신부(뒤에 두번째줄 가운데 로만칼라)가 한국 관구를 방문해 한국 예수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수회는 이냐시오가 세상을 떠날 무렵에는 110개의 수도원에 1000명 가까운 회원들이 있었지만 이후 남미·동아시아 등 전세계로 퍼져나가며 교세가 커졌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첫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제공=예수회 한국관구
음모론의 단골 소재가 되는 천주교 수도회가 있다. 바로 예수회(Jesuit·제수이트)다.

영화 ‘미션’의 헌신적인 사제들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이들은 신대륙·동아시아에 천주교를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이뿐만 아니라 설립 당시부터 유럽 여러 궁정에서 왕과 귀족의 고해사제를 맡기도 했다. 중국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1552-1610)는 당시 중국의 관리들이나 학자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중국식’으로 교분 관계를 맺고 유지했다. 예수회는 이처럼 다양한 환경에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천주교를 지키는 수호자였지만, 개신교를 비롯한 적대 세력에게는 탐탁지 않은 존재였다. 정치적 음모의 배후세력으로 거론됐던 것도 이런 맥락이 있다.

예수회 한국 관구 홍보국장 이창현 신부는 “정치와 종교가 아직 명확히 분리되지 않았던 시대에 국가 권력 가까이에서 활동하던 예수회원들이 과도하게 부각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도 정작 예수회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편이다. 이들은 교구에 속하지 않는 교황청 직속 남자 수도회다. 이들은 설립 목적을 ‘회원 자신의 구원과 모든 인류가 하느님과의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행동양식으로 삼는다. 창립자인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가 자신의 기도와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서 저술한 ‘영신수련(靈神修鍊)’은 이런 목표에 매진하는 예수회원들의 영적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예수회의 정체성에는 영신수련이 있는 셈이다.

‘타는 불’이라는 뜻을 가진 성 이냐시오는 1491년 스페인 제국 귀족 출신으로 로욜라에서 태어났다. 기사 교육을 받은 그는 1521년 팜플로나 지방에 쳐들어온 프랑스군을 상대로 싸우다가 포탄에 맞아 다리를 다쳤다. 이냐시오의 삶은 이때부터 달라진다. 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인들의 삶에 대한 책을 접하고 성인들의 삶을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예수회에선 세속의 영광 대신 하느님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 삶을 선택한 이냐시오의 ‘회심(回心)’에 큰 의미를 둔다. 예수회는 성 이냐시오 회심 500주년을 맞이해 작년 5월 20일부터 오는 7월 31일까지 ‘이냐시오의 해’로 선포했다. 예수회 출신으로 첫 교황의 자리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냐시오의 해를 맞아 “다른 사람들의 표지판이 돼 하느님의 길을 보여주자”며 각자의 ‘회심’을 독려했다.

이냐시오는 수도회 인가를 받을 당시 “교황이 지시하면 무슨 일이든지 실천하며, 어느 곳에라도 갈 수 있는 기동성과 융통성을 가진 준비된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군사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말대로 예수회는 ‘천주교 특공부대’로 불릴 정도로 전 세계를 누비며 천주교 확장에 앞장선다.

이냐시오가 세상을 떠날 무렵, 110개의 수도원에 약 1000명의 회원이었던 예수회는 이후 전 세계로 확장됐다. 예수회의 선교는 현지에 동화되는 방식으로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그 활동 반경이 매우 넓었다. 중국과 일본, 한국에 천주교를 전파한 것도 예수회가 시작한 일이다.

clip20220627092253
예수회의 문장. 예수회를 상징하는 단어인 IHS는 예수 그리스도(라틴어 Iesus Christus)의 이름을 축약해 나타내는 글자조합을 뜻하는 크리스토그램 중 하나다./제공=예수회 한국관구
예수회 출신이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일한 크리스 로니는 ‘위대한 기업 위대한 리더쉽(company of jesus)’이란 저서에서 기업이 벤치마킹할 리더쉽으로 예수회의 리더쉽을 꼽았다. 그는 예수회가 현장 연구에 충실하며, 기회를 빠르게 파악하고 독창적이며 융통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학교 졸업 후 공장 등 일반인들의 삶의 터전에서 경험을 쌓는 예수회의 ‘현장실습’을 보면 이런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창현 신부는 “예수회는 현지 문화를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봉사함으로 현지 속에 융화는 방식을 택했고 그런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며 “깊이 있게 불교를 공부하고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에서 승려들에게 불교학을 가르치는 신부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수회의 또 다른 특징은 교육사업이다. 예수회는 1547년 최초의 대학을 설립한 이래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 진출해 226개의 종합대학과 단과대학을 세웠다. 한국에는 서강대학교가 있고, 미국에는 보스턴 칼리지, 조지타운 대학교, 로욜라 대학교, 포덤 대학교, 세인트루이스 대학교, 시애틀 대학교 등이 있다. 일본에는 사립 3대 명문인 소케이조치의 일원인 조치대학(소피아 대학교)이 예수회에 의해 설립됐다. 이것은 예수회가 선교활동을 하면서 신학·철학·문학에 밝은 선교사들을 각지에 파견하며 교육사업에 힘썼기 때문이다. 예수회는 이를 지성 사도직(Intellectual Apostolate)이라 부르는데 예수회의 이런 성향은 세속에서 호평받게 됐고, 선교의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미 동부 관구(USA East Province) 소속 제임스 마틴 신부는 저서를 통해 “예수회가 교육과 현장 적응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인 건 성찰과 식별을 강조하는 수도회 전통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천주교 농담 중에 미사 중 전기가 나가면 다른 수도회는 절약할 기회로 삼거나 강론의 주제로 삼지만, 예수회 신부는 지하실에 내려가 기계를 고쳐서 불이 들어오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수회는 실천적”이라고 분석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