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오늘, 이 재판!] ‘성희롱 피해자’ 성명 기재 안 된 징계서류…대법원 “위법 아냐”

[오늘, 이 재판!] ‘성희롱 피해자’ 성명 기재 안 된 징계서류…대법원 “위법 아냐”

기사승인 2022. 08. 07. 10:3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검찰수사관 A씨, 해임처분 취소소송…"피해자 이름 없어 방어권 보장 못 받아"
2심 "절차적 하자" 원고 승소로 1심 판결 뒤집어
상고심 "성희롱 피해자 2차 피해 우려, 인적사항 공개 신중해야" 파기환송
대법원2
대법원 전경 /박성일 기자
직장 내 상습 성희롱과 성추행 등으로 해임 처분을 받은 징계 대상자가 피해자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면, 징계 서류에 피해자 '실명' 등 인적사항이 기재되지 않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차 피해' 우려와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 행사 사이에서 법적 기준을 정한 첫 판결이다.

7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한 지방검찰청 소속 전직 수사관 A씨가 자신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18년 한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던 중 여성 사무관 및 수사관, 후배 수사관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하고 우월적 지위·권한을 남용해 부당행위를 하는 등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9년 5월 해임됐다.

이에 A씨는 검찰총장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A씨의 청구가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반면 2심은 해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법원은 A씨의 성비위 행위에 따른 피해자가 징계서류에 특정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1심은 "원고가 장계혐의사실을 다투고 있음에도 처분절차부터 행정소송 절차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등이 특정되지 않아 피해자 등의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해 원고의 벙어권이 침해됐다"며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고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징계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청구를 인용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원심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원고 승소 판단했으나, A씨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는 않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상고심 재판부는 "성비위 행위의 경우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과 구체적인 상황이 특정돼야 함이 원칙"이라면서도 "그러나 각 징계혐의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도록 특정돼 있고 징계 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 대상자에게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구체적 인적사항 공개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비위 징계혐의와 관련해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과 피해자의 인적사항 특정 정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라면서 "향후 하급심에서 이번 판결이 동종 유사 사건에 관한 일응의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