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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에 총 쏘고 마을 불태웠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에 총 쏘고 마을 불태웠다”

기사승인 2022. 08. 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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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니 사건' 생존자 54년 만 국내 법정 서
불탄 시쳇더미, 팔이나 가슴 잘려 있기도
"한국인 얼굴 안다. 여기 계신 분들처럼 생겼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 오늘 법정 진술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 티탄씨(오른쪽)와 목격자인 응우옌 득쩌이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가 54년 만에 국내 법정에 섰다. 피해자와 목격자가 한국 법정에 출석해 진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은 한국군이 민간인에 총을 쏘고 마을을 불태웠다고 증언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응우옌 티탄씨(62)의 국가배상소송 변론기일에는 '퐁니 사건' 목격자이자 티탄씨의 삼촌 응우옌 득쩌이씨(82)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퐁니 사건이란 1968년 2월 12일 한국군 청룡부대 1대대 1중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사건 당시 8살이었던 티탄씨는 가족 5명을 잃었고, 본인도 총에 맞아 여러 번의 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증인 선서를 마친 득쩌이씨는 학살 당일 일어난 일에 대해 또박또박 전했다. 농촌개발단에서 일하던 그는 사건 당일 오전 회사에 설치된 무전기를 통해 대한민국 군인들이 퐁니 마을 주민들을 죽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차를 타고 마을로 향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선 그는 군인들이 티탄씨의 집을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군인들이 마을에서 총격을 하고 있어 직접 진입하지 못한 채 맨눈과 망원경 등으로 이 장면을 살폈다.

득쩌이씨는 '한국군인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평소에 자주 봤다. 얼굴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가락으로 변호인단들을 가리키며 "여기 계신 분들처럼 생겼다. 눈과 얼굴로 구별했다"라고 덧붙였다. 군인들은 m16 소총과 m60 기관총을 들고 있거나 한국말로 대화하기도 했다.

득쩌이씨는 군인들이 퐁니마을을 떠난 다음 마을로 진입해 두 군데로 나눠 쌓인 시쳇더미를 발견했다. 30여구가 넘는 시신들은 대부분 불에 탄 상태로 한쪽 팔이 잘리거나 여성의 경우 가슴이 잘려 있기도 했다.

조카인 티탄씨의 집에도 5구의 시신이 있었다. 티탄씨의 언니와 동생, 이모 등이었다. 유일한 생존자였던 티탄씨 역시 총상을 입어 창자가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목숨을 건진 그는 2020년 4월 한국을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티탄씨 가족들이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퐁니 사건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미군에 맞선 베트콩들이 심리전 차원에서 한국군으로 위장했을 가능성 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퐁니 마을 작전을 수행했던 해병대 소속 류아무개씨가 법정에 나와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했는데, 이 증언에 대해서도 정부는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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