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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때 황금알 낳던 中 부동산 시장의 대책없는 추락

[칼럼] 한때 황금알 낳던 中 부동산 시장의 대책없는 추락

기사승인 2022. 08. 0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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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목 잡을 경우 상황 심각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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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웅변해주는 만평.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볼 때 중국 당국이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대략 5년여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던 곳이었다. 시쳇말로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았다. 시장의 문외한도 '묻지 마' 투자에 나설 경우 초대박을 터뜨리는 케이스가 대단히 흔했다.

어느 정도인지 기가 막힌 사례를 꼽아도 좋다. 베이징의 한 한국 회사 지사장 S씨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40대 후반의 천핑민(陳平敏) 씨는 직업 자체만 놓고 보면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지인들이 모두 아는 대자산가로 유명하다. 시내 요지에 최소한 2억위안(元·388억원) 전후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릴 때는 베이징 토박이인 부모 덕에 또래들과는 달리 그저 나름 넉넉한 생활을 한 그가 엄청난 자산가가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금세기 초에 20대 후반이었던 그에게는 할아버지의 유산인 허름한 쓰허위안(四合院·베이징 전통 가옥) 두 채가 있었다. 이 집들은 지금은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나 당시만 해도 정말 별 볼일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후 정말 극적인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쓰허위안의 가격이 서서히 불어오던 부동산 붐을 타고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인들이 먹고 살만해지면서 쓰허위안의 인기도 계속 하늘 모른 채 치솟았다. 이때 그에게 절친인 부동산업자 쑤(蘇) 모씨가 두 채 중 한 채를 팔아 부동산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별 생각 없이 절친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이어 쓰허위안을 판 돈과 한 채당 최대 80%까지 해주는 은행 융자를 합쳐 10여 채의 아파트 구입에 나섰다. 놀랍게도 그가 사업에 뛰어든 이후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탓이었다. 지금은 구입 가격에서 최대 20배 가까이나 올랐다. 그는 졸지에 부동산 졸부가 됐다. 놀고 먹지 않기 위해 운전을 하고는 있으나 생활에는 여유가 넘친다. 자신을 고용한 S씨가 매일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을 은근히 즐기기도 하고 있다.

천 씨와 같은 졸부는 그러나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베이징으로만 한정할 경우 평균 5000만위안 전후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부호들의 열에 한둘 정도는 부동산 사업으로 돈벼락을 맞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장 상황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품이 완전히 꺼졌다고 단언해도 틀리지 않는다. 천 씨처럼 했다가는 쪽박 차기 딱 알맞다고 해야 한다. 대도시를 제외하면 가격도 폭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부동산 불패 신화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도 상황이 위태롭다.

진짜 그런지는 요즘 들어 더욱 농후해지는 부동산 시장의 여러 부정적 징후들이 보여주고 있다. 우선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속절 없는 도산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10만여개에 이르는 전체 업체들의 30% 전후가 도산했거나 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국에 텅텅 빈 집이 무려 1억2000만채에 이르는 현실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전국 30여개 대도시들의 공실률이 무려 12%에 이르는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부동산 시장에 란웨이러우(爛尾樓·건설이 1년 이상 방치된 아파트 단지), 구이청(鬼城·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단지) 등의 단어들이 난무한다면 상황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30% 가까이를 차지한다. 붕괴할 경우 전체 경제에도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중국 경제 당국이 이제 부동산 시장을 소프트 랜딩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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