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날’ 무료급식소 찾은 조계종...보인스님 “어머니 생각 나”

탑골공원 옆 사회복지원각 방문 배식 봉사
한달에 한 번 특식...이날 메뉴는 '갈비찜'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보인스님(왼쪽 세번째)과 재단 사무처장 해공스님(왼쪽 첫번째)이 30일 탑골공원 옆 노인무료급식소인 사회복지원각을 찾았다. 점심시간을 맞아 배식을 위해 밥과 반찬을 배식용 그릇에 푸는 스님들./사진=황의중 기자

"누룽지랑 남은 밥이 조금 밖에 없을 때 어머니는 늘 자기는 다 드셨으니 나보고 다 먹으라고 말씀하셨지. 나중에 승려가 돼서 돌아보니 늘 굶으시고 날 주셨던 거야, 어르신들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노인무료급식소 '사회복지원각'에서 만난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하 재단) 대표이사 보인스님은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건 부모님을 모시는 것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스님의 목소리에는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나왔다. 아쉬움이 커서였을까 보인스님은 핏줄로 이어지지 않은 '또 다른 부모' 봉양에 나섰다.

재단과 사회복지원각은 노인의 날(10월 2일)을 맞아 300여명의 점심을 준비했다. 보인스님과 재단 사무처장 해공스님, 사회복지원각 대표 원경스님이 직접 밥을 푸고 반찬을 챙겼다. 영화배우 한지일씨와 연기자 고용화 단장의 '탤런트 봉사단 미디어헌터' 봉사자들도 힘을 보탰다. 하나은행 안국지점과 매일유업도 든든한 식사가 차려지도록 도왔다.

재단은 지난 1월 한 후원자로부터 500만원을 기부받아 노인 급식지원에 나선 후 올해 중순부터 정례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사회복지원각에 특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특식은 '한우 갈비찜'이었다. 더위가 가시지 않던 지난달 추어탕을 제공한 데 이어 계절에 맞는 새 보양식을 가져온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사회 곳곳을 힘들게 했지만 특히 빈곤 노인들의 삶을 위협했다. 이들이 쉽게 문을 두드리던 무료급식소들은 후원이 줄고 봉사자가 사라졌다. 문을 닫는 급식소들도 생겼다. 최근에야 사회가 코로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사회복지원각이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보이지 않은 후원자와 재단의 도움이 컸다.

사회복지원각 대표 원경스님은 "사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전국에 운영하는 복지관들이 많아 이곳까지 신경을 쓰기 힘들다"며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보인스님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30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에 위치한 노인무료급식소 사회복지원각을 찾은 노인들이 식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