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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칼바람 부는 증권가, 위기와 기회

[기자의눈] 칼바람 부는 증권가, 위기와 기회

기사승인 2022. 11. 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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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연말 여의도 증권가에 '칼바람'이 분다. 최근 다올투자증권이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하자 '증권맨'들이 좌불안석이다. 남 일 같지 않아서다. 앞서 시장에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업계에선 증권업의 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부동산 경기 둔화가 예상돼 PF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호황기 때 부동산 PF 비중을 높여온 중소형사들은 자칫 곳간이 바닥날 수 있다. 심지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혹자는 작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이번 기회에 부실을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규모에 비해 증권사 수가 과도한 만큼 자정 작용을 통해 자생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과실에만 취해 리스크 관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엿보는 이들도 있다.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에도 자본잠식으로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증권사가 있을 수 있어서다. 덩치를 키울 증권사 또는 증권 자회사가 없는 금융지주사에겐 싼값에 매물을 살 수 있어 절호의 기회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 시장 개장을 노려 발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사들도 있다. 잠재력은 있으나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에 몰린 사업을 헐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엄동설한에 '우는 아이에게 젖 주기'만을 바라선 살아남을 수 없다. 폭설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집주인이 눈보라를 헤쳐 나가야 한다.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특히 국내 증권사 CEO 14명은 연말 또는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선 업황 악화로 변화 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고 '위기 때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관성에 젖어 방심은 금물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난세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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