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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동행, 사업보국의 길 ⑥] 평창올림픽부터 부산엑스포까지 ‘삼성’이 뛴다

[이재용의 동행, 사업보국의 길 ⑥] 평창올림픽부터 부산엑스포까지 ‘삼성’이 뛴다

기사승인 2022. 11. 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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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Pyeongchang)!"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2018 동계올림픽 개최도시가 발표되는 순간. 폭발적인 환호와 함께 클로즈업되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얼굴에는 벅차 오르는 기쁨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 회장이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자크 로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손에 든 결과지에는 'PYEONGCHANG 2018'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두번의 실패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해외 언론은 "두 번의 실패에도 도전 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게 대한민국의 승리 요인"이라고 평했다.

세번째 도전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 선대회장에게 앞선 실패들을 거울 삼아 돌아보고 반드시 승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병철 창업회장으로부터 '사업보국' 철학을 이어오며 국가를 위해 큰 일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해 왔다는 이 선대회장은 1년 반 사이 170일간 해외를 동분서주했다. 100명이 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만나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 소회를 묻는 기자단에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덕분이다. 나는 그저 조그만 부분을 담당했을 뿐"이라며 담담히 소감을 전했다.

이제 다시 11년이 지난 시점에 정부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나서 달라고 이재용 삼성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팬데믹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다시 한번 전세계가 주목 하는 국제적 이벤트를 유치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떨쳐 달라는 주문이다. '사업보국' 이병철 창업 회장의 뜻을 따라, 평창올림픽을 유치해 지친 국민들에 힘이 돼 준 부친의 길을 따라 이 회장이 뛰기 시작했다.

◇올해만 47번… '대통령 특사' 이재용 회장, 전세계 만났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공식 행보는 올들어만 47번 진행됐다.

행보를 본격화 한 건 지난 9월부터다. 이재용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지원 대통령 특사'로 임명되면서다. 대통령 특사로 기업인을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에 대한 특사 임명은 대통령 고유의 결정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정치적 문제를 떠나 어려운 시기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일해 달라는 메시지로 전해졌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한국 최초의 '등록박람회' 개최로 기록된다. 세계 12번째로 등록박람회를 개최하는 국가이자, 3대행사(올림픽·월드컵·등록엑스포)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정부는 부산엑스포가 생산 43조원, 부가가치 18조원, 고용 50만명에 이르는 경제유발효과를 불러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정부는 이 회장 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들 총수들에게 국제박람회(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공략할 국가를 각각 배정했다. 그 중 삼성은 가장 큰 규모인 31개 국가를 전담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엑스포 투표권을 가진 회원국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한 국가, 한 국가를 1대1로 설득해 지지를 끌어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한 바 있다.

삼성의 지원은 지난 5월부터 체계화 됐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30~40명 규모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TF(태스크포스)'를 꾸리면서다. 삼성 전 계열사, 모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나서겠다는 의지였다.

이 회장이 발로 뛴 건 사면복권 되고 대통령 특사에까지 임명된 지난 9월부터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찾아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요청한 데 이어, 귀국길에 오르지 않고 곧바로 파나마로 향했다. 이 회장은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과 면담한 뒤 2030 부산엑스포 공식 홍보물을 직접 전달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부탁한 바 있다.

한종희 부회장·노태문 사장·박학규 사장 등 주요 경영진도 파나마·헝가리·베트남·아프리카·스웨덴·필리핀·동티모르·스페인, 카자흐스탄 등 해외 출장이나 방한한 정부 관계자들과의 사업 미팅 일정을 소화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득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7월부턴 부산 디지털프라자 유치 응원 광고를 시작으로 보령머드박람회·E-프리 삼성 홍보관·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선수 헬멧·수원삼성 블루윙스 축구단 유니폼 광고 등 국내는 물론 남태평양 피지·네팔 국제공항 옥외광고, 독일 IFA 2022·영국 피카딜리 광장·홍콩 엔터테인먼트 빌딩 등 주요 랜드마크에 홍보 영상 송출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지해달라고 알리고 또 알렸다.

정부는 지난 9월 프랑스 파리 BIE에 유치계획서를 공식 제출했다. 엑스포 유치 경쟁이 부산, 리야드, 로마, 우크라이나 등으로 확대된 가운데 최종 개최지는 내년 11월 170개 BIE 회원국의 비밀 투표로 결정된다.

◇ 지구 다섯바퀴… 부친 발자취에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열쇠 있다
11년전 이건희 선대 회장의 평창올림픽 유치엔 삼성의 어떤 성공 DNA가 먹혔을까.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필승 열쇠가 여기에 있다.

2006년 삼성비자금 사건으로 모든 경영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9년 12월 말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었다"면서 "이제 심기일전해 세계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경제위기의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선대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매진하라는 정부의 부름에 응했고 2010년 3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본격 유치 활동에 돌입한 삼성은 단순히 득표 활동을 전개하기보다 각국 IOC 위원을 평창 편으로 만들기 위해 인맥을 쌓아나가는 작전을 1년 넘게 이어갔다.

현재 글로벌 브랜드 가치 5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의 글로벌 파워는 2018 평창올림픽 유치 인프라로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위원들에게 만남을 제의하면 선약이 있더라도 이를 취소하고 그를 만났다고 한다. 이 선대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외 출장으로만 지구 다섯 바퀴를 넘게 돌았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은 당시 세계 전역에 포진해 있던 주재원들의 인맥과 정보력을 적극 활용했다. 전 세계 234개국의 주재원들에게 IOC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개인의 성격과 습관까지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삼성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결과, 평창은 2011년 IOC 총회에서 총 95표 중 63표의 과반으로 경쟁국들을 따돌리며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유력 후보였던 뮌헨보다 약 2.5배 많은 득표수였다.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투표가 내년이다. 올해 내내 각 국 정상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지원 약속을 받아낸 이 회장은 연말 또다시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연말 '뉴 삼성' 발표에 '사업 보국'의 일환인 '사회 공헌'이 비중 있게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엄중한 경영 환경 속에서 사업과 사회공헌이 공존하고, 또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이 회장이 찾아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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