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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해지해도 전액 환불” 고개 드는 미분양 ‘출혈 마케팅’

“계약 해지해도 전액 환불” 고개 드는 미분양 ‘출혈 마케팅’

기사승인 2023. 01. 2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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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전액 무이자로 대출
할인가 분양에 경품 이벤트
건설사 자금난에 계약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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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출혈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분양계약 해지를 해도 조건 없이 계약금 전액을 돌려주는 단지도 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이 쌓이자 건설사 등이 고비를 넘기려 파격적 혜택을 내걸었던 모습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일반분양한 서울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아파트는 계약을 하면 3000만원을 주고 중도금도 전액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여기에 추후 계약을 취소한다고 해도 이 모든 혜택을 전혀 되돌려 받지 않겠다는 약속도 내걸고 있다. 기존에는 중도금 40%까지 무이자 대출에, 계약 시 한달 내 현금 3000만원 지원 조건을 내걸었는데,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추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총 440가구 중 140가구를 지난해 8월 일반분양했지만 실제 계약 체결은 11가구에 그쳤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67㎡(11가구)의 경우 8억5000만원, 전용 84㎡(129가구)은 10억5000만원~10억8000만원대 수준이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계약 성적이 저조했다.

미분양을 떨어내기 위한 조건은 파격적이다. 분양가가 10억5000만원이면 10%인 계약금 1억원 중 건설사에서 3000만원을 무상으로 지급받게 된다. 또 5000만원은 무이자로 대출을 받도록 해준다. 이에 계약자가 내야할 금액은 2000만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뿐만 아니라 향후 지급해야 할 중도금 60%도 전액 무이자로 대출을 받기 때문에 준공 때까지 계약자가 추가로 내야 할 돈은 없다.

만약 준공 전 계약을 해지하면 총 5000만원을 돌려준다. 계약자가 낸 돈이 2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을 해지해도 300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 스타힐스'는 지난해 11월부터 10%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선착순 계약자에 한해 축하금 400만원을 지급하고 공기청정기 증정 이벤트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라졌던 출혈 마케팅이 등장한 것은 건설사들의 자금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분양사업은 늦어질수록 각종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건설사가 어떻게든 계약률을 끌어올려 자금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계약자가 있어야 해당 계약자 명의로 은행 대출이 실행되고, 그 돈으로 공사 등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계약이 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할인분양, 현금지급 등 파격적 마케팅에 혹해 분양 계약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며 "적정 분양가 여부와 시공사의 자금 사정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계약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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