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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악동’ 카텔란이 왔다 “삶의 폐부 찌르며 현실 비평”

‘미술계 악동’ 카텔란이 왔다 “삶의 폐부 찌르며 현실 비평”

기사승인 2023. 02. 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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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서 한국 첫 개인전 "미국 구겐하임전 이후 최대 규모"
무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무제'./제공=리움미술관
뜬금없이 바닥을 뚫고 머리를 내민 인물이 있다. 비정상적인 경로로 전시장에 침입한 인물은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많이 닮았다. 마리오 모니첼리 영화감독의 1958년작 '마돈나 거리에서 한탕'에서 전당포에 침입하려고 구멍을 뚫었지만 웬 아파트 부엌으로 나오게 된 주인공처럼 황당한 실수를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카텔란의 작품 '무제'다. '미술계 악동' '가장 논쟁적인 작가' 등 다양한 별명이 붙은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 카텔란은 도발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권위를 비틀고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작가다.

그의 한국 첫 개인전이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카텔란 전시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 조각과 설치, 벽화, 사진 등 총 38점을 선보인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제공=리움미술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여러 직업을 경험한 뒤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미술계에 발을 디뎠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은 기존 미술의 틀에 갇히지 않은 작업 배경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 중 운석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모습을 묘사한 '아홉 번째 시간'은 작가가 '권위'를 다루는 태도를 보여준다. 눈을 질끈 감은 채 굳어 있는 교황은 인조 조각에 불과하지만 강렬하다. 짓궂은 농담 같기도, 권위에 대한 신랄한 비판 같기도 한 작품이다.

전시장에서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거나 반성하는 것 같은 아돌프 히틀러를 묘사한 '그'도 눈길을 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학살을 주도하며 역사상 가장 잔혹한 악인으로 꼽히는 히틀러. 그는 생전에 참회하지 않았지만 카텔란은 이 기묘한 모형을 통해 여전히 잔존하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금기시되는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관람객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도록 만든다.


아홉 번째 시간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아홉 번째 시간'./제공=리움미술관
'썩은 바나나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는 카텔란의 유명한 작품 '코미디언'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처음 등장, 12만달러(약 1억 40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바나나를 벽에 붙여놓기만 했는데 비싼 가격에 팔린 것도 놀라운 데다, 한 퍼포먼스 작가가 배고프다며 바나나를 떼서 먹어버린 일 등으로 이슈를 낳았다. 미술 시장의 현실을 조롱하는 이 작품은 전시 기간 바나나의 색이 변하거나 테이프 접착력이 떨어지면 새 것으로 교체된다.

두 남자가 가지런히 침대에 누워 있는 작품 '우리'도 전시장 한복판에 배치됐다. 양복을 입은 두 남자의 모습은 장례식을 연상시키며 둘 다 카텔란의 얼굴과 닮아 있다. 쌍둥이인지, 도플갱어인지, 복제 인간인지 모를 두 인물은 서늘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한 쌍의 창백한 얼굴은 관람자로 하여금 내적 갈등과 모순을 들여다보게 한다.

카텔란은 1999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전시할 당시, 갤러리 대표를 전시장 벽에 테이프로 붙여놔 화제가 됐는데 당시 모습도 이번 전시에서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카텔란은 유머의 힘으로 진지하고도 심각한 소재들을 자유자재로 비틀며 신선한 자극을 던져 온 작가"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도발적인 익살꾼인 카텔란의 채플린적 희극 장치가 적재적소에 작동되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공감과 열띤 토론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무료 예약 관람.


코미디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제공=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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