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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에 칼 빼든 정부…“전세금 보증보험 사각지대 우려”

전세사기에 칼 빼든 정부…“전세금 보증보험 사각지대 우려”

기사승인 2023. 02. 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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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대상 전세가율 100%→90% 하향
전문가 "'깡통전세' 원천봉쇄에 '긍정'"
보증보험에 가입 못하는 '25%'는 법의 보호 막혀
임대인 정보 제공, 전세 피해 예방에 기여
'역전세와 구분' 시장 모니터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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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은 주거 안정과 생계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많은 피해자를 낳은 깡통전세 계약과 감정평가사 시세 부풀리기 등을 원천 봉쇄하고, 피해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세금 반환보증의 가입 허용 구간을 낮추기로 한 대목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은 매매가의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악성 임대인(집주인)의 무자본 갭투자나 중개사 등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 등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오는 5월부터 보증 대상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율 100%까지 보증보험 가입을 허용할 때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차이가 없는 고위험 주택의 임대차 계약이 많이 체결됐다"며 "이번 조치는 세입자를 불행에 빠트리는 빌라의 '무피 갭투자'를 어느 정도 막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증보험 가입 '장벽'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전셋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험 계약을 회피하는 기준으로 90%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인에 대한 정보 제공이 강화된 점도 전세사기 피해 예방에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이 주로 찾는 신축 빌라의 경우 시세 정보가 없다 보니 전세사기 위험을 미리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보증금 미반환 전력이 있는 악성 임대인의 집은 보증 가입이 불가하다. 그런데 임차인은 계약 전에 이를 알 수 없어 보증금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안심전세앱'을 통해 신축 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정보, 세금 체납 정보 등 전세사기 위험 사전 진단을 위한 전방위한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다만 임차인의 정보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역전세 지역 및 임차권 등기명령 지역 등에 대한 정보 제공과 시장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에게 전세사기 방지의 핵심 역할을 맡게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번 대책에는 공인중개사가 계약 시 유의사항을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전세가율·전세보증 상품 등에 대해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세사기 방지 특약, 등기부에 포함되지 않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그동안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임대인에 대한 신용 상태나 보증사고 이력 등을 알기 어려워 사기 등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었다"며 "중개인에게 이러한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면 전세사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임대인에게 (의무 안내사항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화할 방법은 담겨 있지 않다"며 "취지는 좋으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번 대책에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전세 피해 임차인이 주거지를 이전할 때 지원받는 저리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신속한 긴급 거처 제공을 위해 공공임대 주택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 지원책이 제시된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이들에 대한 주거 지원과 피해 복구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가입자 수가 감소하면서 법의 보호를 받는 임차인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 24만명을 기준으로 추산할 때 약 25%가 전세가율 90% 넘어 보증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안전판인데, 이번 보증제도 개선으로 정작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취약계층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임차인 보호는 강화됐지만, 일각에선 임대인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 교수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계약을 위해 자신의 신용을 다 공개해야 하고 사적 매매계약에도 걸림돌이 되는 등 불편한 점이 늘어나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이 줄어들면서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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