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적 다른데 동일 격려금 달라고 점거농성 하나

현대모비스 노조가 같은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보다 격려금이 적다는 이유로 서울 역삼동 본사 점거 농성을 벌였다. 현대모비스 노조원 100여 명은 사측이 제시한 특별격려금 300만원이 현대차·기아의 400만원보다 적다며 반발하다 농성에 나섰다. 마침 정부가 노조 개혁에 돌입한 가운데 대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처리 방향에 관심이 더 쏠린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2조265억원으로 전년보다 0.7%가 줄었지만 매출은 51조9063억원으로 24.5% 늘었다. 매출 50조원 돌파를 기념해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400만원을 지급한 현대차는 매출 142조5275억원에 영업익 9조8198억원을, 기아는 매출 86조5590억원에 영업익 7조2331억원을 기록했는데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이다.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기업과 영업이익이 줄어든 기업이 계열사라는 이유로 동일 금액의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는 게 합당한지 재고해 봐야 한다. 격려금은 수익을 많이 낸 기업이 직원들의 노고를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성과를 낸 만큼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이 많다. 만일 보상이 같다면 이번에는 성과를 많이 낸 기업의 노조가 반발할 것이다.

사측과 노조 간의 문제를 3자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도 노조가 본사 로비를 점거하는 것은 합법으로 보긴 어렵다. 설령 금전적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회사와 노조에 대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급여를 못 탔거나 부당하게 해고됐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파업이나 농성이 가능하겠지만 격려금을 똑같이 달라고 점거 농성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노동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조의 회계 투명화, 건설현장 폭력과 비리 척결에 나섰다. 산업현장 불법파업도 개혁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파업을 부추기는 '노란봉투법'을 강행, 경제단체들이 불법파업의 만연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현대모비스의 점거농성이 벌어졌다. 이런 유형의 점거농성을 조장할 게 분명한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민주당이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