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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 글로리’ 차주영 “예쁜 배우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죠”

[인터뷰] ‘더 글로리’ 차주영 “예쁜 배우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죠”

기사승인 2023. 03. 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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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에서 가해자 중 한명인 혜정 역의 배우 차주영
예쁜 배우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
노출신 부담 NO, '더 글로리' 통해 자신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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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영 /제공=넷플릭스
세련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차주영이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아낌없이 망가지고 처절하게 변신했다. 연기를 잘 해내고 싶다는 갈망을 이번 작품을 통해 이뤄낼 수 있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0일 공개된 파트2는 3일 만에 1억 2446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와 영어와 비영어, TV와 영화 부문을 통틀어 전체 1위에 올라섰다.

"파트1 때는 실감하지 못했던 인기를 이제 실감하고 있어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지냈는데 파트2 공개와 동시에 '끝났다, 됐다!' 했죠. 신중한 성향인 편이라 작품에 대한 뜨거운 인기를 애써 외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어요. 얼마 주어지지 않을 이 시기를 며칠은 즐겨도 되겠다 싶어요."

차주영에게 '더 글로리'는 간절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안길호 감독과 수많은 미팅을 해오는 동안 초조함도 함께 커졌다. 마지막 미팅으로 나가게 된 자리에선 혜정으로 완전히 몰입된 상태였다. 그래서 '어떻게 지냈냐'는 안 감독의 물음에 'X 같이 지냈어요'라는 비속어 섞인 대답했단다. 결국 안 감독은 차주영의 그 모습에서 혜정을 봤고 '더 글로리'를 함께 하게 됐다.

차주영이 연기한 혜정은 연진(임지연)과 함께 동은에게 학교폭력(학폭)을 저지른 인물이다. 세탁소 집 딸로, 학폭 가해자 무리에서도 낮은 계급에 속했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땐 혜정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다른 인물에 비해 서사가 없었고, 또 나오는 신마다 상대마다 모습을 달리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접점을 잡는 게 힘들었죠. 그래서 안길호 감독님에게도 '나 혼자 튀지 않냐'고 자주 물었어요. 그러면서 답을 내린 게 '단순하게 접근하자'였어요. 사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조심스러운 마음이 커요. 어쨌든 혜정이는 동정심을 유발해선 안 되는, 동은이에겐 확실한 가해자였으니까요. 동은이처럼 건강한 삶과 마음을 꾸려나갈 수도 있었는데도 결국 혜정이는 굴복하고 뒤틀리며 같이 나쁜 일을 저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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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영 /제공=넷플릭스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간절했던 차주영이기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고마웠다. "나를 예쁘게 봐주는 걸 감사하지만 연기가 하고 싶었다. 연기로 잘 해내고 싶다는 갈망이 컸다. 그래서 그간 '예쁜 배우'로 비춰지는 걸 조금은 거부했던 것 같다. 혜정이를 만나고 이미 '가진 게 외모밖에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예쁘게 보일 필요가 없겠다 싶어 더 자유롭게 연기를 펼쳤고 풍성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외모가 유독 부각되는 인물이었기에 노출 신도 꽤 많았다. 화제가 되었던 가슴 노출신은 CG(컴퓨터그래픽)이었다고 밝힌 차주영은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혜정이가 연진을 향해 셔츠를 벗어 가슴을 보여주는 장면은, 성형 수술을 한 가슴이 자신에게 가장 자신있는 부위였기에 질투해온 연진에게 한 방 날린다는 생각이 강했을 거라 해석했다. 필요한 장면인 만큼 노출 장면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고 한다.

'더 글로리'는 무거운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학폭 가해자 5인방의 티키타카가 웃음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배우들은 어떠한 애드리브도 없었고 대본 그대로 연기했다. 차주영은 "매 대본마다 김은숙 작가에게 놀랐다. 특히 화제가 됐던 '내가 입술 끝에 정을 뒀네'라는 대사는 하면서도 신이 났다. 연진이에게 처음으로 까부는 혜정이 아닌가. 대사는 있는 그대로 하되 톤이나 액션, 표정 등은 배우들이 만드는 부분이니 현장감에 맡기고 연기를 했다"고 했다.

차주영은 실제 미국 유타주립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한 유학파다. 그럼에도 종합예술에 관련된 것에 관심이 많았고 결국 연기자의 길을 선택, 2016년 tvN '치즈인더트랩'으로 데뷔를 하게 됐다. 가장 힘들었던 건 '저 배우는 연기를 그만둬도 할 게 있으니까'라는 이야기였다. 차주영은 늘 연기와 작품에 진심이었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 반응은 노력들을 희석시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단다.

"계속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가 잘못된 판단을 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족들에게 만 서른까지만 연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조금씩 그 시간을 쓰고 있더라고요. 힘들던 시기 분명 있었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아요. '너 원래 아무 것도 아니었어' 하면서. 그래서 지금 저에게 온 이 봄 같은 시기가 너무나 감사해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저의 에너지를 언제까지 잘 쓸 수 있을지, 잘 버텨낼 수 있을지 하는 마음은 늘 있어요. 그게 저를 강박 속에 살게 하기도 하지만, 그 힘이 나를 나아가게 하기도 해요."

작품마다 마치 다른 배우인 듯한 변신을 이뤄왔던 차주영은 앞으로 자신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저도 제가 어떤 옷을 입을지, 그럼 어떤 모습이 될지 스스로 궁금하다. 매번 다른 얼굴이 되는 게 너무 좋다. 그래서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더 글로리'를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이제 저도 재밌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밌게 앞으로도 연기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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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영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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