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1조 대여’ LG전자 재무 우려 목소리도···유동성·실적 ‘관건’

‘1조 대여’ LG전자 재무 우려 목소리도···유동성·실적 ‘관건’

기사승인 2023. 03. 29. 08:3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LG전자 1조 대여 소식에 28일 주가 1.5% 하락
LG디스플레이, 영업익 193.47%↓···자금 절실
전자도 유동성·실적↓···재무 불안 확대 우려도
"LGD 단기 실적 개선 어려워···재무 부담 과중"
29일 14면 톱 그래픽
마켓파워 컷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1조원을 빌려주기로 하면서,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재무안정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전자 측은 금리와 향후 협력 관계를 고려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심 악화로 주가마저 떨어지면서 LG전자의 계열사 지원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LG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1.5% 하락한 11만1800원이 거래를 마쳤다. 지난 24일과 27일 오름세를 보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장이 LG디스플레이에 대한 LG전자의 자금 대여를 위험요소로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LG는 지난 27일 공시를 통해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1조원을 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자금 차입 목적은 'OLED 사업 경쟁력 강화와 운영자금 확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유동성 악화에 직면했고, OLED 부문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자금 수혈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무려 193.47% 감소하며 2조85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조956억원 적자였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올해 초에 사모채와 기업어음(CP)으로 총 437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인 '잉여현금흐름(FCF)'도 232% 이상 감소하며 2조7116억원 적자를 봤고, 순차입금도 36% 이상 늘어나 재무가 불안정했던 탓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LG전자 지원을 받은 것에 대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지원으로 지난 1월 진행했던 사모채 조달보다 1% 이상 낮은 금리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통한 조달이 아니어서 신용등급 평가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는 점도 현재 등급 전망이 '부정적' 상태인 LG디스플레이에는 득이 됐다.

문제는 자금을 지원해 준 LG전자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보다 12.93% 증가했지만, 증권사 추정치보다는 1.05% 낮은 수준이었다. 영업이익 역시 12.49% 줄었다. 자금 유동성도 전년도보다 나빠졌다. LG전자의 지난해 현금성자산은 6조2003억원에서 6조4938억원으로 4.73% 증가한 데에 비해 단기성차입금은 같은 기간 4000억원 이상, 18.43% 가량 증가했다. 총차입금도 같은 기간 1조2544억원 늘었고, 잉여현금흐름은 여전히 1900억원 적자다. 계열사간 거액 대출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이사회에서 각각 결정한 것이지만, 대규모 지분으로 연결된 만큼 지주사의 의중이 빠진 결정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유동성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A+ 등급 회사채의 3년물 공모채 금리가 5%대인 점을 감안하면 6.06%의 금리도 매력적인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전장 등 분야의 주요 파트너인 만큼 미래전략적 협력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LG전자를 비롯한 가전업계에서 올 상반기까지 가전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당장 수익성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말 LG전자의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3.7% 줄었지만, 같은 해 3분기에는 재고자산 규모가 11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보이기도 했다.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재고 증가 -> 재고 처리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 영업이익률 감소'의 악순환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한 LG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34%, 영업이익은 44.5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이후 실적이 개선돼 올해 총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9.54% 늘 전망이지만, 4조원을 돌파했던 2021년에는 못 미치는 3조8897억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 실적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도 조 대표를 비롯한 LG전자 경영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월 미국 전자제품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하는 등 디스플레이 분야 수요 개선 신호는 여전히 약한 모습이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에 대해 "저조한 수익성으로 유의미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단기간 과중한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추정 매출액은 작년보다 9.43% 감소한 23조6863억원, 영업적자는 1조3772억원이다. 내년부터는 영업이익 흑자가 예상되지만 4000억원대에 머무를 전망이고, 2025년에도 1조2520억원으로 2021년의 56%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당기순손실은 내년까지도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LG전자의 대여 자금 회수에 대한 불안은 적은 편이지만, 양사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계열 지원을 단행한 결과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