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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엔 강경, 중국엔 손짓…신냉전 시대 EU의 생존방식은 ‘따로 또 같이’

러시아엔 강경, 중국엔 손짓…신냉전 시대 EU의 생존방식은 ‘따로 또 같이’

기사승인 2023. 05.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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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속 국가별 SWOT 분석③]
우크라戰 계기로 자체 국방력 강화 기회 마련
전략적 자율성 추진에도 美와 정책 조율 필수
UKRAINE RUSSIA CONFLICT EU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이 지난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전승절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으로 자국에서 5월 9일을 '유럽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사진=EPA, 연합
미국과 중국·러시아를 축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EU(유럽연합)는 미국과 협력해 러시아를 견제하는 한편, 중국과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다각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럽은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추종해선 안 된다"는 발언을 해 서방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방중 일정을 함께 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후 별도의 통화를 통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서방국 간 균열 우려 진화에 나서 해프닝은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깜짝 발언'이 신냉전 시대 EU가 추구하려는 다각화 정책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EU는 경제규모 세계 3위이자 총 인구 4억5000만명의 대국으로, 회원국 간 왕래가 자유롭고 무역장벽이 낮다는 강력한 강점(S)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날이 치열해지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세계의 블록화가 심화하면서 EU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강대국 사이에서 '편'을 택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21개 회원국이 가입해있는 EU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협력하며 대(對)중 반도체 규체에 동참하는 등 중·러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7개국이 뭉쳐 형성된 연합체인 만큼, 회원국들의 외교정책도 제각각이라는 약점(W)이 존재한다.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EU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 양상이 심화하면서 자체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O)를 얻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그간 안보를 NATO에 의존해 왔던 EU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체 방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U가 자체 군사력을 보유하지 못해 안보 문제에서 주도권을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EU는 2025년까지 병력 5000명 규모의 유럽 합동군을 창설할 계획이며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목표를 설정했다.

동시에 오랫동안 EU가 추구하고 있는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EU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와 무역 등으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동시에, 대중 교역을 확대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려는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난 후 대만 문제에 거리두기를 시도한 것도 중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세레미 샤피로 연구원은 독일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에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긴 했지만 틀리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지도자 대다수가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하고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지원국이란 점이 EU에겐 위협(T) 요소로 작용한다.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러시아가 전쟁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숨통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전략적 자율성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이 대만에 시종일관 우호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싱크탱크 독일 마샬펀드의 브루노 레테 브뤼셀 사무소 선임연구원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EU와 미국이 대중 정책에 대해 일종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북대서양 동맹의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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