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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칼럼] 尹 정부 출범은 文의 ‘通北·從中·脫美·反日’로부터의 엑소더스

[김태우 칼럼] 尹 정부 출범은 文의 ‘通北·從中·脫美·反日’로부터의 엑소더스

기사승인 2023. 05. 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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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은 문재인 정부의 '통북(通北)·종중(從中)·탈미(脫美)·반일(反日)' 외교·안보 기조로부터의 엑소더스가 시작된 출발점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동맹 및 서방과의 공조를 통한 안보위협 대처'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이 방향의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신냉전 시대의 안보정세와 코앞으로 다가온 북핵 위협이 대한민국에 강요한 선택이기도 했다. 물론, 정책 실행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대목들도 노출했다. 동맹의 확대억제력 강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등 올바른 방향의 정책들이 불필요한 반대여론에 부닥쳤고, 한국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관리함에 있어서 완숙함을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윤 정부의 출범으로 한국은 전임 정부의 '좌파적 정책실험'이 야기한 국가위기로부터 벗어나 올바른 궤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윤 정부 1년의 성과는 적지 않으나, 향후 과제들을 감안하면 더 큰 정치력의 발휘와 국내외 공감대 확보가 필요하다.
   
◇ 고립화·주변부화·왜소화의 길 
학문적으로는 다른 나라에 대한 한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기조를 유화(appeasement), 접촉유지(engagement), 무시(neglect), 대결(confrontation), 봉쇄(containment) 등으로 분류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는 이를 넘어 '국가생존을 볼모로 한 좌파적 정책실험'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문 정부는 북핵을 용인하면서 한미동맹을 약화시켰고, 내부적으로는 '국방개혁' 또는 '군 인권 개선'이라는 미명 하에 한국군의 양적·질적 약소화(弱小化)를 초래했다. 군의 정신전력을 와해시키고 병사 봉급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국방 포퓰리즘'을 통해 초급간부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방위력개선비를 압박했다. 「9·19 군사합의」로 북한군의 기습남침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북한의 비방과 미사일 도발에는 침묵했다. '남조선 붕괴를 통한 주체통일'이라는 불변의 대남 목표를 가진 북한과의 정전협정이나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이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할 소지가 다분함에도 문 대통령은 '연방제 통일 신봉자'를 자처하면서 임기 내내 정전협정을 주장했고 친사회주의적 개헌을 시도했다. 

문 정부 동안 대중(對中) 기조도 '친중(親中)'을 넘은 '저자세' 외교였다. 1992년 수교 이후 30년 동안 한·중 교역은 47배나 증가하여 3천억 달러(약 400조 원)에 이르고 중국이 한국 수출의 1/5 이상을 점하는 최대 수출시장이 되면서 양국은 가까운 경제적 동반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한국의 GDP가 5.1배 늘어나는 동안 중국의 GDP는 35.5배나 폭등하면서 한중관계는 '꽃길'에서 '가시밭길'로 바뀌었다. 시진핑 주석 이후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화패권주의를 지향하면서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으며 전랑(戰狼) 외교를 통해 주변국들에게 수직적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중국에 대해 문 정부는 저자세 기조로 일관했다. 문 정부의 주중 대사는 베이징에 부임하면서 '만절필동(萬折必東)'을 일컬었고 문 대통령도 중국에 가서 '대봉(大峰), 소봉(小峰)'을 읊조렸다. 중국은 북핵을 비호하면서도 북핵방어를 위해 배치한 사드(THAAD)를 시비하여 한국을 제재했고, 문 정부는 '3불(不)' 약속을 통해 스스로 군사주권을 훼손했다. 문 정부의 '묻지마'식 저자세 외교는 중국의 '끝모르는' 압박을 초래했다. 문 정부는 임기 내내 강한 반일 기조를 고집했다.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위안부 합의를 폐기했고, 2018년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되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선언하여 양국 관계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이렇듯 문 정부의 '통북(通北)·종중(從中)·탈미(脫美)·반일(反日)' 외교·안보 정책으로 인해 한국은 고립화(isolation)·왜소화(trivialization)·주변부화(marginalization)의 길을 걸어야 했다. 북한 및 중국과는 좀 더 가까워졌지만 미·일 및 서방을 포함하는 더 많은 나라들과 멀어지면서 안보의 고립화를 초래했고, 경제적 발전과 번영의 토대였던 국제사회와의 교류는 위축되었으며,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도 손상되었다. 

◇ '연미(聯美)·협일(協日).극북(克北)·화중(和中)' 기조 발전시켜야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동맹강화와 서방세계와의 관계 강화를 지향하면서 대내적으로 '종북세력 불용'을 선언한 것은 나라를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 전환이었지만, 정책실행 과정에서 개선의 여지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일관계 정상화나 「워싱턴 선언」이 불필요한 반대여론에 직면한 이유 중에는 윤 정부가 필요한 정책들을 추진하면서도 사전 '정지조성 작업'이나 사후 '여론 관리'에 충분한 열성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위원회'를 결성하여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국내외 여론을 관리한 것이나 문재인 정부가 좌성향 학자들과 좌성향 재미동포들을 동원하여 미국내 로비에 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업무 스타일은 정부의 폐쇄적인 인사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와 안보를 구분하지 않는 업무 방식에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안보와 외교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어서 외교적으로는 A를 말하면서도 안보 차원에서는 B를 밀고 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통령은 안보 차원에서 국가생존을 위한 장단기 전략을 수립·추진하는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제 한국은 '연미(聯美)·협일(協日)·극북(克北)·화중(和中)'의 외교안보 정책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동맹 및 서방세계의 협력을 통해 국가의 안위를 담보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기문대자(倚門待子)의 심정으로 평화공존을 꾀하되 힘을 바탕으로 안보위협을 극복해야 한다. 중·러로부터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즉, 동맹 중시와 별개로 중·러와의 비적대적 관계 유지에도 성의를 다함으로써 동맹을 중심에 두되 중·러와 관계악화를 피하는(Alliance+Hedging)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있어 윤 정부가 능란한 고난도 외교를 구사한 것으로 평가받기는 어렵다. 주 위협원인 북·중의 배후에 위치한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는 별도의 장기적 안목으로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윤 정부의 당면한 최대 외교·안보 과제는 북핵 대처일 것이다. 윤 정부는 「워싱턴 선언」이 가져온 성과에 만족하기보다는 핵 불안으로부터 국민을 해방시키기에는 미흡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경청해야 하며, 향후 북핵 위협의 가중에 비례하여 미 전술핵 재반입, 핵추진잠수함 건조, 농축·재처리 권리 확보, 독자 핵개발 등 한국이 취해나가야 할 단계적 조치들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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