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몰타에서 미중 정상의 '외교안보 책사' 자격으로 전격 회동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도 겸임)이 16∼17일 몰타에서 양국 정상의 '외교안보 책사' 자격으로 전격 회동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점이나 일정이 무려 이틀 동안 12시간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각론으로 들어갈 경우 더욱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양국의 주요 현안과 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글로벌 및 역내 안보 등과 관련해 논의를 주고받았다는 외신 보도는 분명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18일 전언에 따르면 더욱 의미 있는 현안이 다뤄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게 바로 벌써 5년6개월째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이어오고 있는 양국 간 갈등의 대폭 해소에 필요한 담판이 아닌가 보인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양국이 이제 지리한 싸움을 서서히 끝내게 해줄 출구전략을 모색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올해 주로 베이징에서 수차례 이뤄진 양국 간 장관급 회동을 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아귀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도 계속 고위급 접촉을 이어왔다는 사실은 양국이 그만큼 절실하게 획기적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전에 상당한 교감을 통해 몰타 회동을 성사시켰을 것이라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출구전략 운운은 얘기가 충분히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이른바 중국몽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자국을 넘어 G1이 되고자 하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G1에서 내려오는 것을 견디지 못할 미국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야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제재를 통해 중국의 굴기(우뚝 섬)를 악착같이 막으려는 것이나 대만에 대한 파격적 군사적 원조는 분명 괜히 하는 게 아니다. 중국이 중국몽을 포기하면 바로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중국으로서도 이 정도에서 못 이기는 척 굴기 전략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도 미국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G1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자연스럽게 G1으로 가는 길을 편안하게 닦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게 솽잉(윈윈)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봐도 좋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몰타에서 양국 간에 진짜 이런 식의 논의가 이뤄지면서 출구전략이 모색됐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몰타에서 출구전략이 논의됐다면 양 진영에 확실하게 줄을 섰던 국가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립적 자세로 외교적 이득을 취했던 국가들이 부러워질 수 있는 처지로 내몰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구자과런(孤家寡人), 즉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극단적 외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미중의 몰타 회동이 곧 보여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