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asic_2022 | 0 | 2020~2022 전국 학교폭력 불복절차 집행정지 신청 건수/아시아투데이 디자인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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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학폭) 가해자들이 맞신고와 불복소송 등을 이용해 법의 그물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학폭을 예방하기 위해 내놓은 생활기록부(생기부) 의무 반영 등의 지침들이 학폭을 감소시키기 보다 오히려 '법기술'을 활용하는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학폭 발생 초창기부터 수사기관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보고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2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학폭 소송 신고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쌍방 사건으로 맞신고가 접수되는 경우가 늘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만 가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의 쌍방과실로 가해자 측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빌미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 가족들은 소송 과정에서 가해자 측이 대학입시 등 불이익을 막고자 불복소송이나 집행정지를 제기하면 전학이나 퇴학 등의 조치가 늦어져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지연되고 결국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폭 전문 노윤호 변호사는 "서로가 싸워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맞신고인데 맞신고로 들어오게 되면 상대방 측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 통한 '2차 가해' 우려에 법원 전담부서 설치
학폭은 1차적으로 학교장이 처분을 결정하는데 만약 당사자들이 불복할 경우 시도교육청 학교폭력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위원회의 결정에도 불복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이같은 문제점이 지속 거론되자 서울행정법원은 학폭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위해 올해 2월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앞서 법원은 학교폭력 사건을 전담재판부 없이 일반 행정사건과 동일하게 취급해 합의부에 배당해 왔다. 이럴 경우 재판이 길어질 수 있어 2차 피해가 제기돼 왔다. 이에 올해부터 서울행정법원에는 행정1단독(손혜정 판사)·행정2단독(고은설 부장판사)·행정5단독(조서영 판사)의 학교폭력 전담 재판부가 운영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학폭의 증가와 경각심이 대두되면서 무분별한 집행정지의 인용을 방지하고자 피해자의 의사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 변호사는 "집행정지 단계에서도 무조건적인 집행 정지를 인용하기 보다는 피해자 측 이야기 들어보고 가해자와 분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감안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법원에서도 학폭 사건은 되도록 빨리 처리해주자는 분위기가 있고 설사 집행정지가 내려졌더라도 행정소송이 오래 걸리지 않으면 그런 시간 끌기와 같은 꼼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기부'가 학폭 예방책?…"학폭 개념부터 다시 잡아야"
정부서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26년학년도 대학 입학전형부터 학교 폭력(학폭)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결과를 수시와 정시에 반영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학폭 피해 학생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 기간을 최대 3일에서 7일로 확대했다. 또 교육부는 오는 12월까지 8개 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제로센터'를 시범 운영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생기부 기재 등의 예방책에도 결국 학폭은 줄지 않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좀 더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익명의 변호사는 "미국에는 학폭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며 "학폭 법률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는데 결국 학폭위를 없애야 처분 정도의 결정이 아닌 하나의 수사사건으로 연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방안들은 결국 서울 명문대 입학을 막겠다는 것인데 대책방안이 엉뚱한 곳으로 흐를수도 있다"며 "학폭위의 처분이 대책을 선도하라고 만든건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