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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 성범죄 방지 위한 DB 구축, 자민당 내 극우파 반대로 또 불발

교직원 성범죄 방지 위한 DB 구축, 자민당 내 극우파 반대로 또 불발

기사승인 2023. 09. 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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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동가정청은 최근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교직원의 성범죄 이력을 조회하는 데이터 베이스의 신설을 추진 중이다. /아동가정청 공식 홈페이지
교육 현장에서 교직원들에 의한 아동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추진되던 '일본판 DBS'가 자민당 내 극우 보수파의 반대로 불발됐다.

25일 아사히신문, 교도통신 등 일본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아동가정청은 올해 안에 신설을 목표로 하던 교직원들의 아동 성범죄 조회 데이터베이스(DB)의 신설 방침을 철회키로 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정부 안으로 추진되던 교직원 아동 성범죄 조회 DB 신설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것은 여당 내 극우 보수파들에 의해 DB 구축 의무화와 대상 직종, 대상 기간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가을 임시국회에서의 채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판 DBS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동가정청의 대표 정책으로 내세워 힘을 쏟던 정책이었다. 보육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동보호시설, 학원 등 아이들과 접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교직원들의 성착취와 성추행, 음란물 도촬과 같은 범죄에 의한 피해 급증으로 학부모 단체와 피해자들이 정부에 청원한 정책이기도 했다.

아동가정청은 당초 교육시설이나 보육시설에서 교직원을 채용할 때 해당 구직자의 성범죄 이력이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DB 구축과 활용을 의무화할 방침이었다. 또 스포츠센터나 학원, 과외강사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정하는 사업체에 대해서 조회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토록 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한 바 있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아동가정청은 이달 5일 본격적인 제도 설계를 위해 자문을 구하는 전문가 회의를 열고, 법안의 토대가 되는 보고서안을 공표했다. 보고서 안에 따르면 조회 및 확인 대상 범죄는 부동의 외설죄(강제 성추행) 등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전과로 남는 범위만으로 규정했다. 반면 불기소 사안이나 지자체 조례 위반, 행정 처분은 제외했다. 법원에서의 실형 처분을 받은 전과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외에는 대상 설정이 애매해 억울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가 밝힌 제외 사유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학부모 및 피해자단체는 "법원에 의해 실형 처분을 받은 안건이 오히려 적은 상황에서 전과만 조회 가능하도록 하는것은 무의미하다"며 "불기소 사안이나 지자체에 의해 처분을 받은 사안도 (범죄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여당인 자민당은 극우 보수파를 중심으로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 7일 개최한 정책회의에서는 "전과 조회기간이 명확하지 않고 직종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 "(가해자들의) 갱생과 사회 복귀를 막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 신중해야 한다" "의무화 대상의 범위를 넓히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등 제도 신설에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여당 내 기류가 확연히 반대 쪽으로 기울자 연내 신설 방침을 밝히며 의욕을 보였던 일본 정부도 이를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자민당 내 극우 보수파의 눈치를 보느라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린 것이다.

학부모단체와 피해자 측은 "한시라도 빨리 제도 운용이 시작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가 없는데 정부는 보수 성향을 띠는 지자체 교육위원회의 눈치보기 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아동가정청은 "DB 구축안 내용을 재정비해 내년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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