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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오죽했냐”는 영풍에…고려아연 “석포제련소부터 살려라”

[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오죽했냐”는 영풍에…고려아연 “석포제련소부터 살려라”

기사승인 2024. 09. 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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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영풍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 진행
"MBK 협력, 고려아연 살리기 위한 고육지잭"
고려아연 "협력계약 자체 배임적 성격 가져"
양측 '해외 기술 유출' 관련 상반된 입장 지속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MBK와 손잡은 배경에 대해 영풍은 최윤범 회장이 양사 동업정신을 깨고 무리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인수합병(M&A)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경영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고려아연은, 애시당초 영풍-MBK의 협력 자체가 잘못됐다며, 영풍이 무리한 인수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고려아연의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27일 고려아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지금 적대적 M&A에 대해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며 "석포제련소를 살리기 위해 1분1초를 아껴야 할 상황에서 회사 일보다 '묻지마 빚투' 설명에 매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영풍은 이에 대해 다시 해명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다. 발언에 나선 강성두 영풍 사장은 "정말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냐"며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을 살리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와 손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여러 옵션을 생각했다. 대규모 차입을 통해 직접 공개매수를 했을 수도 있지만, 자칫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고 장씨와 최씨 간 가문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그건 원치 않았다"며 "토종 사모펀드 MBK가 수많은 경험과 인력풀을 갖고 있다 생각해서 제가 (협력을) 제안했다"고 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애시당초 이번 영풍과 MBK의 경영협력 계약 자체가 배임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비상근 사외이사 3인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밀실 야합으로 결정한 이번 계약에 대해 소상한 해명도 필요하다"며 "특히 영풍 개인 지분을 단 0.68%(공시기준) 갖고 있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고문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주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독자적인 의결권을 포기하고, MBK와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는 의무를 스스로 부담했다"며 "영풍이 보유한 재산 중 최근 10여년 동안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재산은 사실상 고려아연이 유일한데, 사실상 중요한 영업의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성격을 지닌, 고려아연 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풍 기자간담회-1359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을 열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강 사장은 이날 "저와 김광일 MBK 부회장이 있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은 물론, 해외에 절대 매각하지 않겠다"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MBK가 당초 공언과 달리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는 등 말을 바꾸는 행보를 이어가는 점, 사모펀드 특성상 이익을 쫓는 집단이라는 점 등을 들어 업계에서는 국가기간산업의 해외로의 기술 유출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 역시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들을 매각하거나 중국 등 해외에 기술 공유를 통해 적극적인 수익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MBK가 투자금 회수라는 투기적 사모펀드 속성을 고려해 향후 고려아연 배당금뿐만 아니라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 봤다.

이날 현장에서 영풍은 고려아연 배당금은 향후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는 판단 하에 순차적으로 올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 했으나, 구체적인 신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려아연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데다, 아직 M&A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엔 섣부르다는 입장이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와 영풍이 고배당과 신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 그리고 투자금 회수를 동시에 하겠다는 건 고려아연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겠나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풍이 각종 환경문제, 중대재해 사건이 계속되고 있는 석포제련소의 각종 환경·안전 문제해결과 사법 리스크, 그리고 경영 악화에 따른 인력 감축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도 언론과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풍-MBK는 전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상향하며 경영권 쟁취를 위한 초강수를 뒀다. 이에 오는 10월4일 예정된 공개매수 마감일까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대기업과 국내외 투자사 등 우군 확보를 통해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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