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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간섭의 악순환’ 은행 이자율 규제, 없던 일로 해야

[칼럼] ‘간섭의 악순환’ 은행 이자율 규제, 없던 일로 해야

기사승인 2021. 02. 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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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권력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통제’의 유혹이다. 프랑스 공포정치로 악명 높은 로베스피에르는 우유와 사료가격을 통제했다가 대실패를 했다. 그는 우유 가격이 비싸서 아이에게 우유를 못 먹이는 빈곤층을 위해 우유 가격을 절반으로 통제했는데 그 결과 우유 품귀가 발생해서 빈곤층은 우유를 구할 수 없게 됐다. 그 가격으로는 젖소의 사룟값도 안 나와서 우유 공급이 끊겼다는 것을 전해들은 그는 이번에는 사료가격을 절반으로 통제했다. 그 결과 이번에는 사료 품귀현상이 빚어졌고, 사료를 먹여서 생산되는 모든 축산물의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이런 ‘간섭의 악순환’의 고전적 사례를 꺼내는 것은 현재 여당이 ‘이익공유제’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은행이자규제특별법’이 현대판 ‘사료가격 통제’이기 때문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9일 인터뷰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성과를 못 거둔 게 많은 임대인들이 은행 부채를 가지고 있고 계속 은행 이자를 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유가격 통제가 성과가 없었던 게 축산농가가 높은 사료가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과 닮았다.

이런 논리 아래 홍 정책위의장은 “금리를 낮추거나 은행 이자 (납부를) 중단시키거나” 혹은 올 한 해 동안 “개인 신용등급 인하(이에 따른 이자부담 인상)”와 “가압류, 근저당 등의 방식”을 멈추는 사회운동,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익공유제’란 말을 꺼낸 이낙연 대표가 신중해야 한다고 했고 아직 공식논의가 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의 발언이기 때문에 가볍게 보기 어렵다.

물론 오랫동안 재화의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들조차 ‘이자율’은 ‘가격’이 아니어서 통제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그런 오해를 깨트리고 ‘이자율도 하나의 가격’이고 이를 통제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일깨웠다. 이자는 원금의 상환 이외에 더 붙는 화폐의 수량이다. 여기에는 ‘시간’이 개재된다. 현재의 화폐 1000만원을 주고, 1년 후의 화폐 103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1000만원을 쓸 기회를 1년간 가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원금에 더해 30만원의 보상을 받는다. 이 교환비율 3%는 시장에서의 다른 교환비율과 마찬가지로 엄연히 ‘가격’이다. 3% 이자율에서 빌리려는 총액이 빌려주려는 총액보다 많으면 이자율이 더 올라가서 둘의 균형을 맞춘다. 가격통제는 이런 조정 과정을 방해한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대출자와 대부자를 중개한다. 개인들이 서로 빌리고 빌려줄 수 있겠지만, 채무변제 능력 확인, 계약 준수 확보 등이 어렵다. 그래서 지급능력을 검토할 전문가가 있고, 떼일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은행들이 금융 중개업을 하고, 개인들은 이자율이 낮더라도 개인보다는 은행에 빌려주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겠다면서 각국 정부가 저금리 정책으로 돈을 풀고 있다. 그 결과 실물 경제는 어려운데 주식 등 금융시장만 달아오르고 있어 자칫 금융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등에게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을 통해 나눠주기보다는 혹시 있을 손실에 대비토록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익공유제’와 그 수단으로 이자율 규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게 아니라고 하니 이자율 규제 발상을 아예 접어야 한다. 그런 규제로 ‘간섭의 악순환’에 빠지면 은행업이 피폐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서민들의 금융기관 이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고 홍콩에 있던 금융회사들이 서울로 오기는커녕 서울에 있던 외국 금융회사조차 떠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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