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 칼럼] 선진국의 조건

[이효성 칼럼] 선진국의 조건

기사승인 2022. 11. 27. 18:0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나라의 발전 정도는 흔히 경제적 차원에서 논의된다. '선진국'이 흔히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를 뜻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기준으로 주로 GDP, 산업화 정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인프라 등의 경제적 지표가 제시된다. 이와 달리, 한 나라의 인간 발전을 측정하기 위하여 개발한 UN의 인간 발전 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조차도 1인당 GNI, 교육, 기대 수명을 수치화하여 대체로 경제적 지표에 의존한다.

그런데 경제적 선진국은 대체로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그 국민들이 여러 권리와 자유를 누리는 나라이기도 하다. 오늘날 구미의 선진국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발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과 여러 자유를 향유한다. 그래서 정치적 발전은 경제적 발전의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경제가 발전하면 민주화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 기대가 여지없이 빗나간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런 이유로 경제적 발전과 함께 정치적 안정과 자유의 허용이 선진국의 기준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바꾸어 말하면, 진정한 선진국은 단순히 경제적 발전만을 이룩한 나라가 아니라 그와 함께 정치적 안정과 자유의 향유라는 정치적 발전도 동시에 성취한 나라여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부강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후진적인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중국, 러시아, 이슬람 왕정 국가들처럼 실제로 그런 나라들이 존재한다.

선진국들은 재산권, 선거권, 공무담임권, 청원권, 재판권, 교육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비롯하여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사생활과 통신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자유, 양심·종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표현의 자유 등이 명실상부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이들 권리와 자유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 설령 헌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해도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 헌법도 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규정하고 있고 한국은 2021년 UN에 의해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되었다. 그렇다고 이들 권리와 자유들이 모두 다 명실상부하게 보장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법적 단서 조항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한되기고 하고, 어떤 것은 사회적 관행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제한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묘한 궤변이나 노골적인 물리력에 의해 제한되기도 한다.

이들 권리나 자유 가운데 특히 더 중요하고 기초적인 것은 언론의 자유다. 언론 자유는 다른 모든 권리와 자유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자유를 보장하기 어렵다. 다른 자유들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언론 자유가 무너지면 그와 함께 모든 권리와 자유도 무너진다. 그래서 국제 사회는 특별히 '만국 인권 선언'과 '유엔 국제 인권법'으로 언론 자유를 인권으로 공표했다. 그럼에도 독재 국가들은 언론 자유를 허용하지 않거나 심대하게 침해한다. 공산국가는 아예 모든 언론을 국유화하고 철저한 검열을 시행한다.

오늘날 언론 자유를 제대로 누리는 나라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떤 정치권력도 언론 자유를 처음부터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 따라서 오늘날 언론 자유를 제대로 누리는 나라는 그 자유를 위해 언론 탄압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해 왔음을 뜻한다. 언론 자유의 역사는 예외 없이 가혹한 투쟁의 역사다. 만일 어떤 나라가 아직 충분한 언론 자유를 누리고 있지 못하면 아직 투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도 언론 자유의 침해 시도는 호시탐탐 일어난다. 따라서 조금만 방심해도 언론 자유가 침해된다. 그리고 그 침해 시도의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막지 않으면 언론 자유는 점점 더 축소되어 종국에는 크게 훼손된다. 일본의 우익들은 일본의 언론 자유를 그런 식으로 침해해 왔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언론 자유에 각별해야 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