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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주목받는 한국 방산업과 그 자세

[이효성 칼럼] 주목받는 한국 방산업과 그 자세

기사승인 2022. 12. 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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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지난 12월 6일 폴란드 발트해 항구 도시 그디니아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도열했다. 한국에서 수입한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대의 도착을 환영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방산업체들은 폴란드와 지난 7월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천무 다연장 로켓 288문을 포함한 20조원 상당의 무기 거래 기본 계약을 맺고, 8월 이 가운데 일부의 이행 계약을 체결한 후 넉 달 만에 그 계약대로 이행한 첫 물량이 도착한 것이다. 이날 두다 대통령은 "계약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벌써 무기가 폴란드에 도착했다"며 한국 수입 무기의 빠른 인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 9월 21~25일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이, 그리고 그 사전 행사인 9월 20일에는 포천에서 국산 무기 23종의 위력을 과시하는 육군의 대규모 기동화력 시범훈련이 있었다. 이 행사들에는 해외 38개국의 장성급 인사를 비롯한 국방, 방산 관계자들 100여 명이 참석했다.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슬로바키아는 국방장관을 비롯한 30여 명이 전세기로 방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우리의 폴란드와의 무기 계약으로 한국 방산업에 대한 해외의 높아진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한국 방산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데에는 그 몇 가지 특장점 때문이다. 첫째, 한국의 방산품은 성능은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여 가성비가 높다. 둘째, 한국 방산업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어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 셋째, 그 때문에 긴급한 주문에도 납기일을 맞추어 주문 물품을 인도해 줄 수 있다. 넷째, 나토 회원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주로 미국 무기를 써오기에 미국 무기와의 호환성이 중요한데 한국 제품은 미국 무기에서 발전된 것이어서 호환성이 크다. 다섯째, 한국 방산업은 자신이 생산한 무기의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고, 수리 및 부품 조달 등 애프터 서비스에 신속히 응한다. 여섯째, 한국 방산업은 주문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여 특수한 성능개량, 기술이전, 공동생산 등에 적극적이다.

최근의 국제 정세는 우리 방산업에 매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앞으로 러시아산과 중국산 무기들에 대한 수요는 급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냉전 후 평화 무드 속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유럽 무기 강국들이 국방비를 줄이고 무기의 연구 개발과 생산을 대폭 축소해 왔다. 이런 이유들로 이제부터 한국산 무기에 대한 수요, 특히 나토 회원국들의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은 몇 년 안에 미국 다음의 방산 수출국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방산업계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방을 보다 더 튼튼히 하고 무기의 수출을 계속 이어가려면 방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차세대 무기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의 무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우리의 국가 방위 전략에 부응하는 무기를 새로 개발하고, 무기 판매를 통한 국가 간의 우호 관계를 증진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무기 판매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필요하다.

우리 방산업의 부상과 함께 우리 방산업과 한국의 책임도 커질 것이고 국제 사회는 그 책임에 걸맞은 처신을 요구할 것이다. 또 방산업 강국들은 우리를 견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앞으로는 무기 거래에서 세심한 배려와 전략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 우리 무기를 원한다고 무조건 팔아서는 안 된다. 국가는 우리 무기를 원하는 나라와 그들이 원하는 무기 종류 및 그 이용 목적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한 후 무기 거래를 승인해야 한다. 우리 무기가 침략을 위한 경우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군사 강국을 쓸데없이 자극할 수 있는 경우의 거래는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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