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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대중 관계와 한한령

[이효성 칼럼] 대중 관계와 한한령

기사승인 2022. 12. 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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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한 이래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그동안 일어난 상황의 변화, 특히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로 인한 한·중 산업의 경쟁적 상황,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중국 간 디커플링 움직임, 한·중 국민들의 상대국과 그 국민들에 대한 비호감의 증대라는 세 가지 변화는 한·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한중이 협력 관계를 이어가려면 세 번째 변화 즉 양국 서로에 대한 비호감의 증대에 대한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의 대처에는 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 한한령(限韓令)이다.

한한령은 2016년 한국이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사드의 배치를 결정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내린 한류 금지령이다. 한한령은 처음에는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이나 드라마 방영을 금지시키는 등 한국의 문화 산업과 관련한 조치로 시작했으나 곧이어 화장품 등 한국산 상품의 통관 불허, 공연 취소,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 제한 등 양국의 인적, 문화적 교류 제한 조치로 확대되었다. 그런데 국가 간의 관계 증진에서 인적 교류와 대중미디어 교류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한령은 바로 이것들을 주로 제한하는 것이기에 한·중 관계 증진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중 국민들의 서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 시발점은 한국의 사드 배치와 그 대응조치인 중국의 한한령에 대한 양국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였다. 그리고 이어진 한복, 김치 등의 원조 논란에 대한 양국 대중미디어의 내용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오늘날 어떤 나라와 그 국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대체로 대중미디어에 의한 간접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진다. 대중미디어가 보편화될수록 그 영향은 더 크다. 즉 오늘날 외국이나 그 국민들에 대한 인식은 주로 뉴스, 드라마, 영화 등과 같은 대중미디어의 내용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양국 국민들 서로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 변화는 대체로 각국의 언론 보도나 대중문화의 내용이 상대 국가나 국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시정하려면 상대국이나 그 국민에 대한 자국의 언론 보도나 대중미디어 콘텐츠가 긍정적인 것들이 많이 생산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의 대중미디어 관계자들이 잦은 교류를 통해 서로를 보다 더 잘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중이 한 예로 항일 운동과 같은 서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을 공동으로 제작하여 배포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나 그 국민들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 형성에는 개인들의 직접적인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인적 교류가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16만1000명 가운데 44.4%가 중국인 학생이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221만명 가운데 42.6%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한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유학하는 나라로는 2016년부터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양국의 방문객 수는 2014년 1000만명을 넘고 한한령 이전까지는 계속 증가했으나 한한령 이후로는 단체 관광 불허로 급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 줄었지만 이는 코로나가 해소되면 사라질 문제다.

그런데 방문에 의한 직접 경험자의 수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코로나 팬데믹으로 방문객 수가 대폭 줄었다. 그래서 대중매체에 의한 간접 경험의 영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설령 인적 교류가 늘어난다고 해도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에서 대중 미디어의 역할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따라서 한·중 간에 이해와 협력을 더욱 넓혀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적 교류와 함께 대중 미디어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교류는 중국 문화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한령이 하루빨리 완전히 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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