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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위한 선결 조건

[이효성 칼럼]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위한 선결 조건

기사승인 2023. 01. 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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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한국은 대륙 쪽으로는 북한, 중공, 러시아라는 전제 국가들과 해양 쪽으로는 일본과 미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사이에 끼어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정치적으로는 미국이나 일본과 가까울 수밖에 없으나 동족이 살고 있고 통일의 대상인 북한을 무조건 적대할 수만은 없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현재의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이고,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특히 한국이 통일을 이룬 경우에 우리의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 중국, 러시아는 호의를 가지고 대할 수만은 없게 주변 국가들이 경계해야 할 행위들을 자행하고 있다. 북한은 핵 무력을 완성해 가면서 2022년 한 해에만 80여 기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더욱더 도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 다음의 경제력을 갖게 되자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의 90%를 영해화하였고 황해 역시 경도 124도를 기준으로 나누어 그 70% 이상을 영해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침략하여 민간인마저 살상하고 민가도 파괴하는 잔인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자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은 북한, 중국, 러시아 견제를 위해 한·미·일이 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들을 더 적대적으로 대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고 그래야 할 타당한 이유도 있다. 그런데 안보에서 일본과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해서 우리가 굳이 일본과 친밀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와 오늘날 일본의 자세로 볼 때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일본은 줄곧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반성할 줄 모르는 고약한 가해자로 존재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식민 지배와 만행에 대해 진정 어린 사죄와 반성은커녕 되레 침략과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만행은 숨기면서 또 다른 악행들을 이어가고 있다. 보다 못한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5년 일본 방문 때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청산은 화해를 가능케 하는 전제 조건"이라고 점잖게 일침을 놓았으나 소귀에 경 읽기였다. 한국이 어떻게 그런 일본과 잘 지낼 수 있겠는가? 일본이 진정 어린 사죄와 반성 그리고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한 후에나 우리는 그들과 화해하고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

만일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고, 배상하지 않았다면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독일과 친근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런 경우 미국은 프랑스나 영국이나 폴란드 등에게 독일과 잘 지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미국은 독일의 전범 행위와 전범들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을 통해 철저히 응징했다. 그런 후에 독일은 스스로 반성하고 사죄하고 배상해 오고 있다. 그러기에 미국이 화해를 요청할 일도 없다.

그러나 미국은 도쿄 전범 재판에서 일본의 전범 행위나 전범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았다.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에 일본을 이용하기 위해 일본의 전쟁 범죄와 전범들에게 매우 관대했다. 그래서 일본의 생체실험, 대량학살, 위안부 및 징용공의 강제동원과 착취 등과 같은 중대한 전쟁 범죄에 대해서 제대로 단죄하지 않았고, 태평양 전쟁의 최고 책임자인 일본 천황을 비롯한 많은 전범들의 죄를 덮었다. 그 탓에 그들이 전후 일본 정치를 주도하면서 일본을 우익화하고 일본인들에게 침략의 역사를 숨기고 미화했다.

그 결과 일본은 미국에게는 종속적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피해국들에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다. 사과는커녕 뻣뻣하기만 하다. 위안부나 징용공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보라! 일본은 패전을 종전으로 얼버무리고 태평양 전쟁을 서구열강의 침략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리화한다. 미국은 한국에게 일본과 잘 지낼 것을 주문하기 전에 일본이 먼저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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