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 칼럼] 북한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

[이효성 칼럼] 북한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

기사승인 2023. 01. 29. 18:2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마이크 폼페이오는 차기 대선 출마를 앞두고 최근 《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조금도 굴하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이라는 책을 발행했다. 여기서 저자는 김정은의 중국 불신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2018년 10월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을 만났을 때 중국 공산당이 "주한 미군의 철수가 김정은 위원장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미국에게 끈질기게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기분 좋게 책상을 두드리더니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들이다"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남한에 미군 주둔이 필요하고,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룰 수 있기 위해 미군 철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일본은 백년 숙적, 중국은 천년 숙적"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정은이 자기를 김정일의 후계자로 만드는 데 앞장섰던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것도 아마 그가 너무 친중국적인 데다 그의 배다른 형인 김정남을 중국의 보호 아래 두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무역 전쟁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매우 냉랭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 후로도 양국 관계가 원만하고 좋은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김정은의 중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공군은 휴전 성립 후에도 본국으로 철수하지 않고 계속 북한 내에 머무르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였다. 이에 김일성은 몇 차례 철수를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결국 휴전선을 트겠다고 협박하여 겨우 철수시켰다고 한다. 또 중국은 '동북공정'에 의해, 북한이 계승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 정부라고 말하고, 북한의 대부분이 한사군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일제의 식민사학과 괘를 같이하면서 만리장성을 멋대로 늘려 평양까지 이어진 것으로 역사 지도에 그려 넣었다. 게다가 2017년 시진핑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중국이라면 당연히 북한의 경계와 불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그런 중국은 우리에게도 그러하다. 중국의 이런 자세로 볼 때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한다면 중국은 어떤 구실로든 군대를 파견하여 북한을 장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만일 중국이 그런 의도와 움직임을 보일 때 그것을 저지하지 않으면 중국은 북한을 티베트나 신장처럼 만들 것이다. 이는 중국이 이웃 국가에 대해 역사적으로 보여 온 행태이고, 동북공정이라는 역사 조작이 노리는 바일 것이다. 그것은 통일로 촉진될 한국과 한민족의 경제적 번영을 막고, 통일 신라 이후 한 민족 한 나라였던 우리 민족과 나라의 일부를 침탈하고,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한국 영토로 한 우리 헌법을 유린하는 처사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현재는 적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통일해야 할 우리의 일부다. 역사·민족·문화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따라서 북한에 어떤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북한이 중국보다는 우리에게 의존하도록 우리가 북한을 잘 관리해야 한다. 다른 한편 북한에 급변 사태 발생 시에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막으려 한다면 전쟁도 배제할 수 없으니 통일 한국이 중국에 불리하지 않고 그간처럼 평화적인 공존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중국에 심어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우리의 외교적 역량과 지도자들의 신중한 언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여기서 스파르타 7현 중의 한 명인 킬론(Chilon)의 다음과 같은 처세훈을 외교훈으로 새겨야 한다. "네가 언젠가는 그를 증오하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그를 사랑하라. 네가 언젠가는 그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그를 증오하라."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