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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칼럼]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 ‘연리목’

[조향래 칼럼]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 ‘연리목’

기사승인 2020. 11. 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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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향취와 천년의 전설이 깃든 '경주'
경주와 엑스포, 코로나19 블루 '힐링' 제격
'삶의 그리움' 천년고도 엑스포공원 연리지
조향래 논설위원 0611
조향래 논설위원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장편 서사시 ‘장한가’(長恨歌)에서 당현종과 양귀비의 비련(悲戀)을 이렇게 읊었다. 칠월칠일장생전(七月七日長生殿) 야반무인사어시(夜半無人私語時)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 천장지구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 차한면면무절기(此恨綿綿無絶期).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약속/ 하늘에서는 날개를 짝지어 날아가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했고/ 땅에서는 두 뿌리가 한 나무로 엉긴 연리지가 되기를 원했네/ 장구한 하늘과 땅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이 정한은 끝없이 이어져 다함이 없을지니...

‘연리목’(連理木)은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희귀한 현상의 나무이다. 연리목은 그래서 부부간의 애틋한 정이나 남녀간의 깊고 애절한 사랑을 상징한다. 그래서 백거이도 당현종과 양귀비의 애틋한 사랑과 가이없는 정한을 연리지(連理枝)에 비유해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연리지는 그냥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상처난 가지끼리 서로 보듬으며 더 큰 나무로 성장하고 더 큰 그늘을 이뤄내는 대승적 결합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더 신비롭고 더 장엄하다. 상처받은 내가 상처입은 너를 품어주는 것이다. 상처있는 내가 상처있는 너를 밀어낸다면 우리는 모두 상처투성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상처없고 아픔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것을 서로 보듬으면서 세상은 더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이다. 연리지는 그것을 온몸으로 웅변한다.

예술적 향취와 천년의 전설이 깃든 ‘경주’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는 한 석공의 예술적 향취와 사랑의 슬픔이 어려 있다. 백제 출신 석공인 아사달과 그 아내인 아사녀, 그리고 신라 여인 구슬아기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현진건의 낭만적 향기가 높은 역사 장편소설 ‘무영탑’(無影塔)으로도 거듭난 이 천년의 전설 또한 사랑의 성취와 행복의 희구를 담은 ‘연리지’의 변주에 다름 아니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공원의 맨발 전용 둘레길 ‘비움 명상길’ 어귀에는 비록 뿌리는 다르지만 줄기가 붙으면서 한몸이 된 나무가 있다. 이른바 ‘연리목’이다. 지난해 가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과 더불어 이 연리목이 ‘사랑나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됐다. 엑스포 방문객들이 이 나무 앞에서 건강과 사랑과 발전과 행복을 소원하면서 ‘소원나무’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엑스포 사무국에서 소원카드를 붙일 수 있도록 배려를 하면서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각양각색의 소원카드가 주렁주렁 매달린 연리목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새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경주와 엑스포, 코로나19 블루 ‘힐링’ 제격

류희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은 “경주와 엑스포를 찾은 전국의 관광객들이 연리목 앞에서 염원하는 일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소원카드를 사랑나무와 함께 소중히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블루로 위축된 심신을 원융과 화합으로 삼국통일을 이룬 경주에 와서 달래고 연리목을 찾아 소원하는 마음들을 모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삶은 그리움이고 소망이 아닐까. 무엇인가 그리워하고 소원한다는 것은 삶의 내일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방증이다. 꼭히 달빛 교교한 밤이 아니라도 좋다. 늦가을 바람 소슬하여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면 천년고도 엑스포공원의 연리지를 찾아볼 일이다. 연리목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출구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보다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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