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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뚱보 김정은의 역설

[아투 유머펀치] 뚱보 김정은의 역설

기사승인 2021. 07. 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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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집단농장 현지 시찰을 나갔다가 포동포동 살찐 돼지들을 보고 기분이 좋아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도해야 하는 로동신문 편집자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사진 제목 때문이었다. ‘돼지들과 함께 계신 김정은 동지’도 그렇고 ‘김정은 동지와 함께한 돼지들’도 아닌 것 같았다. 결국 신문지상에 보도된 사진 제목은 이랬다. ‘왼쪽에서 세 번째 분이 김정은 동지’

그런데 이 같은 유머와 관련, 북한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폭로해온 한 탈북 여대생의 절규가 떠오른다. 그녀는 “김정은의 뚱뚱한 외모와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희화화하는 일을 삼가달라”고 호소했다. “김정은은 한낱 유머의 소재가 아니라 잔혹한 범죄자임을 주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 큰 역설은 반인륜 범죄와 인권 유린을 일삼는 무자비한 독재자를 시종일관 옹호하는 남한의 정치인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 감각이 있다”는 등의 호평을 내놨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여기서 한술 더 뜬 보도를 했다. 최근 체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을 걱정하는 주민 인터뷰를 내보낸 것이다. “총비서 동지의 수척하신 모습에 인민들은 가슴이 아프다.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 했다.

‘모래판의 람바다’로 인기를 모았던 씨름선수 박광덕은 현역시절 특히나 풍만한 체격에 얼굴이 복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박 선수의 어머니는 아들을 만날 때마다 뺨을 어루만지며 “객지에서 고생을 해서 얼굴이 반쪽이 되었구먼...!”이라고 푸념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모정(母情)이란 이런 것이다. 독재자의 수척한 얼굴을 걱정한다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가식적인 발언과는 격이 다르다.

아무튼 비만은 주로 스트레스에 따른 폭식·과식 등의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때문에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 심폐기능 장애 등 다양한 질병의 요인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시한폭탄이다. 인민이 굶주리는 궁핍한 살림에 핵무기 개발에만 열을 올릴 겨를이 있을까. ‘살과의 전쟁’을 벌여 자신 안의 폭탄부터 제거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은 정녕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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