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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신(辛)의 남자들’ 롯데지주 대해부…전략가 황각규+살림꾼 송용덕, 신동빈 체제 구축

[마켓파워] ‘신(辛)의 남자들’ 롯데지주 대해부…전략가 황각규+살림꾼 송용덕, 신동빈 체제 구축

기사승인 2020. 03.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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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조원 롯데를 움직이는 컨트롤타워
신~황으로 이어지는 호남석유 황금라인
호텔롯데 상장·M&A·미래성장 황각규 손에
송 부회장, 안방살림 도맡으며 상장 지원사격
롯데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황각규 부회장은 아침마다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세계 주요 매체에 롯데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계열사 대표와 롯데지주 직원에게 보낸다. 변화의 흐름을 읽어야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당장의 오늘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가형이다.

반면 지난해 인사에서 황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선임된 송용덕 부회장은 꼼꼼한 스타일이다. 기본적인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오랜 기간 롯데호텔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다보니 직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다독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황 부회장이 해외사업과 M&A 등을 추진력있게 밀고 나갈 수 있도록 그에 수반되는 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서는 든든하다. 30년 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누구보다 신 회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황 부회장이 미래먹거리를 발굴하면 송 부회장이 인사·감사·노무 등 내부살림을 챙기며 꼼꼼하게 안방살림을 꾸려나가 균형을 맞춰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55년생 동갑내기이자 1979년 롯데 입사 동기이기도 한 ‘황·송듀오’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신 회장을 중심으로 ‘삼각편대’를 구축하고 있다.

신 회장은 ‘우 황각규, 좌 송용덕’의 든든한 지지에 경영전략실·재무혁신실·커뮤니케이션실·HR혁신실·경영개선실·준법경영실의 지원을 받으며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롯데그룹의 연매출 73조원(2018년 기준·공정거래위)을 움직인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비상경영일수록 롯데지주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26일 아시아투데이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대표이사와 주요 실장 등 9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신 회장이 경영수업을 시작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출신이 4명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영과 조금은 결이 다른 법률자문과 리스크 관리 등을 맡고 있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와 준법경영실을 빼면 호남석유화학 출신이 그룹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 회장이 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달리 유통보다 화학을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나가려는 경영행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017년 10월 롯데지주의 설립 당시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황금인맥’이 돋보인다. 황 부회장을 필두로 오성엽 커뮤니케이션 실장(사장)·정부옥 HR혁신실장(부사장)이 호남석유화학 출신이고, 윤종민 경영전략실장은 198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로 입사했지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호남석유화학에 근무한 전력이 있다. 롯데지주의 6개실 중 경영개선실장 박현철 사장과 재무혁실실장 추광식 전무가 ‘비(非) 호남석유화학’파라고 할 수 있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이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근무할 당시부터 30년 동안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신 회장을 보필하며 해외진출과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 2012년 하이마트, 2015년 KT렌탈, 2015년 더뉴욕팰리스호텔, 2016년 삼성SDI 케미칼사업 부문 및 삼성정밀화학 등의 M&A를 주도했다. 지금도 1주일에 한 번 기본적으로 주간회의를 진행하며 신 회장은 일이 있을 때마다 황 부회장을 불러 상의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를 보면 백화점·마트 등 유통업이 중심이 돼 일매출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단기간의 목표에 연연하는 경향이 강한데 황 부회장은 회사가 무엇을 해야 미래의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지 그림을 볼 줄 아는 전략가형”이라면서 “그런 데다 한국에 아무 연고가 없던 신 회장과 함께 일하면서 의지하게 돼 더욱 믿음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이 신 회장의 신뢰를 받은 건 단순히 함께한 시간이 오래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뛰어난 업무능력에 지금도 노력하는 ‘공부하는 경영인’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그는 독학으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했고, 의사소통에 막힘이 없다. 세계 주요 매체에서 롯데가 펼치는 사업과 관련된 내용의 기사는 직접 발췌해 지주사 직원은 물론 해당 계열사 대표에게까지 보내는 20대 못지않은 열정을 지니고 있다. 호기심도 강해 얼리어답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가 출시되자마자 바로 바꿨다. 애국심도 높아 아이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외제차도 타지 않는다.

롯데 관계자는 그를 일컬어 “1995년 그룹본부로 들어와 지금까지 그룹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정도로 능력자”라고 평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황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오르며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송 부회장은 1979년 롯데호텔로 입사해 호텔업에 잔뼈가 굵은 현장형 경영인이다. 한국외대 영어학과를 졸업해 영어에 능통하며 롯데호텔 입사 전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즈’에 잠깐 몸을 담기도 했다.

2011년 롯데RUS(러시아) 대표이사를 비롯해 2012년 호텔롯데 대표이사, 2017년 호텔&서비스 BU장 등 대표이사 기간이 길어 경영 운영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또한 오랜 기간 서비스업에 종사해 사람을 관리하는 인사와 노무 등에서도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을 4개의 BU체제로 개편할 당시 외부 컨설팅과 원활히 조율하며 매개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신임을 얻었다. 원칙을 중시하는 꼼꼼한 경영 스타일로, 롯데RUS 대표 재직 당시 러시아 모스크바 호텔 직원들의 철저한 서비스 교육을 직접 챙긴 일화는 유명하다. 웃는 표정, 문을 열어주고 인사하며 고객을 안내하는 방식까지 교육으로 되지 않자 한국으로 출장까지 보내가며 서비스 질을 올렸고, 최단기일 내 모스크바 호텔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자기관리에도 뛰어나 65세의 나이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올해 호텔롯데의 상장, 롯데케미칼·호텔롯데의 글로벌 사업확장 등 과제를 추진하려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여파에 당장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자금운용 등 경영운영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 의미로 이봉철 호텔&서비스 BU장의 후임으로 재무혁신실을 맡은 추광식 전무의 어깨는 무겁다. 추 전무는 1967년생으로 롯데지주의 실장들 중 가장 젊고, 전무급이 실장으로 오른 것도 추 전무가 처음이다. 그만큼 회사에서 인정하고 능력이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1993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오랜 기간 재무분야에서 근무해온 ‘재무통’이다. 롯데지주에는 2017년에 합류했다.

호텔롯데의 상장 등은 이 BU장이 주도한다지만 그룹의 전반적인 살림살이는 추 전무의 손에 달렸다. 현재는 코로나19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열린 일정이 미뤄지며 IR(Investor Relations) 기능이 사실상 마비,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그의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추 전무와 함께 눈에 띄는 인물은 경영전략실장 윤종민 사장이다. 윤 사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롯데지주 정기주주총회에 신 회장과 황·송 부회장과 함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경영전략실은 그룹 전반의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자회사들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으로, 최근 롯데가 유통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 등 그룹의 새판짜기에 돌입해 이와 관련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윤종민 사장은 HR혁실실장과 인재개발원장, 국제부 등을 역임한 인사·교육·노사관계 등의 전문가”라면서 “현재 경영전략실장으로 그룹의 사업전략과 신규사업, M&A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그룹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전했다.

롯데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실의 역할도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실은 주지사 및 자회사의 기업가치와 브랜드가치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을 비롯해 사회공헌·동반성장 등 CSV 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실 수장을 맡고 있는 오성엽 사장 역시 호남석유화학 출신으로 롯데의 소통 담당뿐 아니라 최근에는 롯데케미칼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이름을 올리며 화학 중심으로 무게가 쏠리는 롯데그룹의 변화를 보여줬다.

이외에도 롯데월드타워를 준공하는데 공을 세운 박현철 경영개선실장 사장과 롯데케미칼 인사부문에서만 30년 경력을 쌓은 HR혁신실장 정부옥 부사장 등이 롯데지주의 버티목이 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머리를 맞대서 코로나19를 잘 수습하고 대응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라면서 “황각규·송용덕 대표이사를 비롯해 각 실을 중심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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