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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김준기 회장 장남 김남호, DB손보 업고 그룹재건하나

[마켓파워] 김준기 회장 장남 김남호, DB손보 업고 그룹재건하나

기사승인 2020. 0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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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해소 구조조정 단행
제조·금융 나뉜 내부안정화 시급
손보 주식담보대출비율 86% 달해
주가 급락하며 반대매매 리스크도
"가시적 성과 내 리더십 입증" 지적
db
마켓파워
DB그룹(옛 동부그룹)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DB메탈 살리기에 나서면서 그룹 재건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자신의 지분을 매각해 워크아웃 계열사인 DB메탈의 66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절반가량 참여키로 했다. 김 부사장은 김 전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경영권 승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구조조정으로 금융과 제조부문으로 쪼개진 그룹을 안정화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DB그룹은 2010년대 중반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제조부문과 금융부문을 두 축으로 개편됐다. 그룹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금융부문 외에 제조부문의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지만 철강업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부진하다. 김 부사장의 DB손해보험 주식담보대출 비율은 86%에 달하는데,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하면서 반대매매 리스크도 안고 있다. 반대매매를 당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그동안 쏠쏠했던 DB손보의 배당금은 순이익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추세다.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아직 젊은 김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메탈은 지난달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665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납입이 완료되면 DB메탈은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된다. 김 부사장은 이번 DB메탈 유상증자 과정에서 DB하이텍 지분 전량과 DB금융투자 주식 160만주를 블록딜에 나섰다. 그만큼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DB메탈은 그룹 내 마지막 워크아웃 계열사다. DB그룹은 2000년대 철강, 반도체, 금융, 물류, 농업 등의 분야에서 성장했으나 이 과정에서 부채 비율이 급증했다. 주력 산업인 철강업이 전방산업 둔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론이 불거졌다. 이어진 구조조정에서 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익스프레스 등 주요 계열사가 그룹에서 떨어져나갔다. 한때 재계 순위 10위권에 들었던 DB그룹은 지난해 기준 43위로 내려앉았다.

현재 DB그룹은 금융과 제조 두 부문을 핵심으로 나눠져 있다. 금융부문에선 DB손해보험을 주축으로 DB생명보험, DB금융투자, DB자산운용, DB저축은행, DB캐피탈 등이 있다. 제조부문은 DB Inc를 주축으로 DB하이텍, DB메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은 과거 부채비율이 715%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68%로 줄었고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이 개선된 모양새다.

DB하이텍이 안정세에 들어섰지만 제조부문에서는 DB메탈의 경영 정상화가 과제로 남아있다. DB메탈은 지난해 1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비율은 565%에 달한다.

특히 DB메탈은 페로망간과 실리콘망간을 생산하는데 이들 국제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말 대비 지난해 말 기준 각각 31.2%, 29.3% 하락했다. DB메탈은 망간합금철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망간합금철은 철강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철강의 성질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부원료다. 업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국제 합금철가격은 중국 철강경기와 흐름을 같이 한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 철강 수요는 성장률 하락과 함께 점진적 둔화세”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높은 주식담보대출 비율도 김 부사장에겐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DB손보 보유 주식의 86% 넘게 담보 대출을 받았다. DB손보 주가는 올해 연초에만 해도 5만원대였지만 20일 3만원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우려가 높아지고 지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 불안도 커진다.

업황 악화로 주가 상승 여력도 크지 않다. 손해보험업은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악화 등으로 수익이 감소하는 추세다. 2017년 622억원이던 DB손보의 당기순익은 지난해 373억원으로 급감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9%로 최근 5년 내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배당수익도 줄어들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17년 결산 배당으로 146억원의 배당금을 챙겼지만 2018년 117억원, 2019년 88억원을 받게 됐다.

김 부사장은 가시적 성과를 내 그룹을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 양대 축인 DBInc.와 DB손보 지분을 지난해 연말 기준 각각 16.83%, 8.30% 보유하며 부친인 김 전 회장보다 지분을 높여 경영권 승계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경영성과는 부족하다. 김 부사장이 최대주주지만 아직 나이가 1975년생으로 젊고,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이 지난 17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김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DB메탈 유상증자에 절반 이상 참여하는 건 대주주로서의 책임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DB메탈은 아직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인 만큼 실적 개선은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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