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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KB금융式 M&A 필승전략은 ‘KB DNA’ 이식

[마켓파워]KB금융式 M&A 필승전략은 ‘KB DNA’ 이식

기사승인 2021. 0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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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 강한 KB금융 출신 선임
증권, 임원 비중 'KB맨'에 무게
경영·IT·연금 수장 모두 체인지
전문성 강한 손보, LIG출신 중용
대표이사는 '윤종규 키즈'가 계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기업 인수 후 인력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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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 행세를 하지 말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가장 큰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인수합병(M&A)을 통한 리딩뱅크 탈환이다. 윤 회장은 임기 동안 증권·보험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비은행 수익을 강화해 은행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균형 있게 발전시켰다. 그런 과정에서 윤 회장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조직과의 융합이다. 2015년 KB금융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할 당시 나온 “점령군 행세를 하지 말라”는 말도 그런 의도에서 나왔다.

인수 5~6년 차를 맞은 KB증권과 KB손해보험의 주요 의사 결정 라인을 보면 전략·재무·인사 등 주요 요직에 KB 출신이 집중 포진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KB증권 인력 지도에 변화의 바람이 더 거셌다. 상무는 현대증권 출신이 많았으나 전무와 부사장은 KB출신이 차지했다. 특히 첫 대표이사 인사 이후 부사장에 현대증권 출신은 1명도 발탁되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면 KB손보는 보험업의 특성상 LIG출신 임원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표이사만은 KB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년째 보험업 불황을 겪고 있는 KB손보에 KB 출신 인사를 심기엔 전문성이 부족해 위험부담이 크지만 증권 분야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데다 윤 회장이 IB 전문가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인력 운영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KB증권과 KB손해보험의 전체 임원 중 KB 출신 임원비중은 각각 51%와 18%로 나타났다. 피인수자인 현대증권의 임원 비중은 27%, LIG손해보험 임원 비중은 66.6%다. KB손해보험은 인수 당시인 2016년과 비교해 비슷한 추세를 보였지만 KB증권은 KB금융그룹과 현대증권 간 인력 구성이 19명씩 동일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무게 추가 KB맨에 기울었다.

업의 특성이 갈랐다. 증권업은 기업·투자금융(CIB)이나 자산관리(WM) 등 일부 사업 부문이 은행과 겹치지만 보험업은 영업분야가 강한 데다 전문성을 요하는 만큼 오랜 경험이 풍부한 LIG출신이 임원을 꿰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KB증권 인력 지도는 현대증권·KB투자증권 대표이사 각자대표 체제에서 2019년 KB 출신 대표이사 체제로 넘어오면서 확 바뀌었다. 대표이사-부사장-전무-상무로 나뉘는 임원 직급 중 2018년까지만 해도 부사장에 현대증권 출신 1명, KB 출신 4명이 있었지만 2019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증권 출신은 없다.

KB국민은행 인력 영입이 두드러졌다. 인수 초기 2명에 불과했으나 2019~2020년 5명, 올해 1분기 8명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애초 현대증권 임원이 맡았던 경영기획, IT본부, 연금사업, IPS본부 등이 KB 출신으로 바뀌었다.

특히 재무, 리스크관리 등 회사의 경영 전략을 좌지우지하는 조직이나 IB·WM 등 핵심 사업부서 임원은 KB맨이다.

반면 영업부서는 현대증권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부·강북·강남·남부·동부지역본부장 모두 현대증권 출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객 성향을 이미 정확히 알고 있는 기존 인력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 리스크가 적고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합병 직전인 2015년 말 현대증권 2252명, KB투자증권 578명으로 직원 수가 4배가량 차이 난다. 전체 인력 중 현대증권 출신이 훨씬 많지만 요직의 ‘머리’는 KB 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KB손보는 사정이 조금은 다르다. LIG손해보험이 2015년 6월 KB금융그룹에 편입한 당시 김병헌 대표를 제외하고 주요 요직에 KB맨으로 대폭 물갈이 인사가 있었지만 6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60% 이상은 LIG출신의 임원들이 채우고 있다.

특히 인수 후 처음 실시한 2015년 인사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경영관리부문(CFO)에 허정수 전 KB국민은행 재무본부장 상무, 최고리스크관리자(CRO)에 신현진 전 KB국민은행 리스크 담당 등 KB금융 쪽 인사로 채웠지만 현재는 김대현 부사장과 구본욱 전무가 맡고 있다. 모두 LIG 출신으로 인수 후 상무보부터 시작해 한 계단씩 승진해 오른 인물이다. 김대현 부사장은 상무보 시절 자보담당에서 2016년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쳐 1년 뒤에는 인사총무본부장까지 겸직한 KB손보의 핵심인물이기도 하다.

그래도 대표이사만은 KB맨이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편입 당시 김병헌 LIG 대표가 6개월간 잠깐 KB손보를 맡았지만 이후 ‘윤종규 키즈’로 불리는 양종희 대표가 3연임까지 하며 오랫동안 KB손보를 이끌었다. 양 대표는 LIG 인수전의 일등공신으로 윤 회장의 신임을 듬뿍 받아 현재는 KB금융지주 부회장에 올라 있다. 이어 역시 KB의 재무전문가로 통하는 김기환 KB금융지주 CFO가 바통을 받아 ‘KB DNA’를 이식 중이다.

오히려 KB손보는 외부수혈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2016년 당시에도 삼성생명 출신들을 영입해 KB손보의 장기보험 사업을 맡긴 데 이어 현재도 디지털전략본부장과 장기상품본부장에 삼성화재 출신을 중용해 KB손보의 미래먹거리로 여기는 디지털과 장기인보험 시장을 키우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영업력이 중요한 만큼 보험업을 전혀 경험치 않은 인물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면 기존 조직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KB손보는 강성노조로 대변되던 LG화재 시절부터 LIG손보를 거쳐 KB노조로 자리잡으면서 쉽게 인사를 좌지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초기엔 관리 차원에서 피인수 회사 임원을 활용하지만 1~2년이 지나면 인력 변동이 생긴다”며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돈 관리를 하는 재무나 인사·전략 등의 요직은 회사 문화 및 업무 경험을 함께 쌓아온 자기 사람을 앉히는 게 부담이 적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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