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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유통자회사 통합하는 농협, 성장통 겪는 중

[마켓파워]유통자회사 통합하는 농협, 성장통 겪는 중

기사승인 2021. 09.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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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회장 취임 후 통합작업 속도
상품조달·공급일원화로 경쟁력 확보
도매사업 넘겨받는 경제지주만 '득'
중복인력 재배치 불가피…파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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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유통자회사 통합 작업이 경제지주 지원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자회사가 영위하던 도매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인데, 구매권을 갖는 경제지주만 이득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가 농산물을 통합 구매한 후 유통법인들이 해당 농산물을 판매하게 되는 구조인 셈인데, 유통법인이 경제지주의 판매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통합 구매가 이뤄질 경우 유통법인과의 경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지주가 가격 결정권 등을 가지게 된다. 경제지주는 단일 유통창구를 통해 구매하게 되면 양질의 농산물을 저렴하게 사들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대형마트보다 품질 좋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농협의 경쟁력이었는데, 통합구매로 품질이 하향 평준화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던 유통자회사의 통합을 통해 대형마트와의 경쟁 구도를 만들겠다는 목표지만, 오히려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의 유통자회사 통합은 지난 2016년부터 공론화됐다. 특히 지난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이후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경제지주가 과거 자회사로 양도했던 사업들을 다시 받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농협하나로유통에 넘겼던 농협몰사업, 도매사업을 경제지주가 다시 양도받았는데, 해당 사업을 양도했을 때보다 저렴한 값으로 다시 되찾아오게 됐다.

통합 법인에서 발생하게 되는 중복 인력의 재배치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 구조조정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새로운 사업부문으로의 이동하게 되는 인력이동에 따른 불협화음도 예상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하나로유통은 생활물자 사업, 온라인 사업, 농축협마트 지원사업, 마케팅 사업, IT사업, 교육사업, NH-VAN사업 일체를 인적 분할하기로 했다. 이후 분할되는 회사는 농협경제지주가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이는 농협이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유통 자회사 통합 작업의 일환이다. 농협경제지주 산하에는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등 5곳의 유통자회사가 있는데, 현재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4곳의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농협하나로유통의 인적분할과 해당 분할회사의 경제지주 흡수합병을 진행한 후 연내 유통자회사 통합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통합은 유통자회사의 성장 한계 극복을 위해 추진됐다. 실적 악화 기조가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재난지원금을 통한 구매가 증가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농협유통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3% 증가했지만, 2017년 66억원, 2018년 43억원, 2019년 24억원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농협충북유통의 경우 2017년 13억원, 2018년 2억원, 2019년 5억원, 2020년 21억원 등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농협부산경남유통은 2017년 8억원, 2018년 8억원, 2019년 04억원, 2020년 13억원을 기록했고 농협대전유통은 2017년 2억원, 2018년 4억원, 2019년 -6억원, 2020년 1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문제는 도매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하게 되면 오히려 유통자회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 하나로유통의 생활물자 사업과 농협유통의 축수산 구매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해 전 품목 구매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조직개편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경제지주가 자회사에 넘겼던 사업을 다시 흡수하게 되는 점도 주목된다. 경제지주는 지난 2018년 농산물 도매사업 일부를 농협하나로유통에 양도했다가 지난해 말 농산물 구매사업을 양수했다. 2018년 200억원에 넘겼던 관련 사업을 지난해 말 43억원에 다시 사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당시에는 161억원으로 책정했던 양수금액이 올 초 43억원으로 대폭 줄어들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온라인 사업(농협몰)을 지난 2018년 농협하나로유통에 60억원에 양도했다. 이 사업은 이번 인적 분할 작업을 통해 다시 경제지주로 이관된다. 홈쇼핑 사업의 경우 지난 2017년 농협식품으로 분할했던 사업이었으나 2019년 다시 경제지주로 양도됐다.

실적 부진을 겪는 경제지주를 지원하게 되는 모양새다. 농협경제지주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018년 -22억원, 2019년 -424억원, 2020년 663억원을 각각 기록한바 있다.

농협 측은 관련 사업을 분리해 운영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함에 따라 다시 경제지주로 사업을 이관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지주에서 전 품목의 구매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 대형 마트와의 견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얼마나 시너지를 창출할지는 미지수다. 일반 사기업과 달리 농협은 관료화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조직을 통합,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유통자회사 노조에서 농수산 구매권을 요구하는 이유도 내부 경쟁을 통한 경쟁력 확보다.

반면 농협 측에서는 이번 4개사 통합으로 중복조직 인력 효율화가 가능하고, 사업물량 확대에 따라 신규투자가 요구되는 온라인 사업 등 신사업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경제지로 구매사업을 수행하면서 범농협 소매사업 시너지를 낼 것이란 설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유통 4사 통합 시 구조조정을 검토한 바 없다”며 “통합에 따른 중복조직 인력은 사업 확대에 필요한 사업부문으로 전환해 운용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구매권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통합 구매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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