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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배달하는 주제에” 갑질로 두번우는 감정노동자

[뉴스추적] “배달하는 주제에” 갑질로 두번우는 감정노동자

기사승인 2021. 02. 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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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만 인구에도 사회차별 여전
폭언 노출돼 심리적 고통 심각
열악한 노동 환경도 개선없어
"보호법 제정·손해배상 가이드
직종 특성 반영한 개선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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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 아파트·빌딩 문제 해결요구 및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일부 고급 아파트 및 빌딩 출입 시 헬멧 착용 금지, 건물 이용 제한 등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연합
서울의 한 어학원 관계자가 배달 노동자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산업이 증가하면서 180만 명
에 달하는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노동자들이 높은 재해 위험과 낮은 산재 보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감정노동이라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했지만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5년차 배달원 “반말하고 욕하고, 서러워서 운다”

5년차 배달기사 이병환씨는 4일 라디오에서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손님들의 갑질에 대해 “고가 아파트들은 항상 해 왔던 일이고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떤 아주머니가 애가 조금 까부니까 하는 말이 ‘너도 말을 안 들으면 이 아저씨처럼 평생 배달일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면서 “순간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갔는데 온몸이 흥분되고 그냥 막 생각도 없어지고 자괴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배달하는 주제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이 씨는 “반말하고 욕하고. 그냥 배달이니까. 이런 일을 겪을 때면 이 일을 내가 왜 하나 싶지만 저도 가족이 있으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강에 가서 몇 번은 운적도 있다. 그냥 혼자. 울고 싶어 운 게 아니라 서러워서”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어학원 관계자가 배달 노동자에게 막말을 쏟아내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공분을 일으켰다. 해당 고객은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을 하겠냐” “본인들 세 건 해봤자 만원 벌지 않냐” “배달원은 중졸, 고졸 다 받으니까” 등의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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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관계자, 콜센터 상담사 등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에서 콜센터 상담사 권리보장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쉴 권리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연합

◇라이더유니온 “배달 노동자, 감정노동자 보호법 적용하라”

이에 대해 배달업 종사자들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노동자에게도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는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지난 2018년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고객 응대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업주가 예방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감정노동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41%에 해당하는 74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업무상 정해진 감정만 표현하는 하는 감정노동자는 콜센터 직원, 식당 종업원, 백화점 판매원, 주유원, 마트 계산원 등 서비스직 종사자 등이 해당된다.

감정노동자가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고, 감정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후속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감정노동 피해사례는 176건, 월평균 14건 발생했다. 부정승차로 적발되자 앙심을 품고 폭언을 내뱉거나 마스크 미착용을 제지하는 직원을 폭행·협박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사례도 있었다.

◇“감정노동자법 보호 못받아 70%”…가해행위 처벌 강화해야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가 지난 2019년 감정노동자 27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여성 62%, 남성 42%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상태였다. 이 중 70%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의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근무환경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가해행위 처벌 규정을 기존보다 강화해야 한다”면서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법률적 가이드를 명확히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법 적용으로 감정노동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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