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뉴스추적]남양유업, 날개없는 추락…불가리스 논란은 ‘진행형’

[뉴스추적]남양유업, 날개없는 추락…불가리스 논란은 ‘진행형’

기사승인 2021. 04. 19.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남양유업 공식사과에도 논란 지속…소비자 불매운동 움직임
금융당국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조사
성분 아닌 제품 효과 검증 없이 발표한 것 문제
식품업계 "한 번도 없던 일,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남양유업(아투)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한 데 이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도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서는 모습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밝힌 지 3일 만에 공식 사과했지만, 업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주장을 한 남양유업의 경영마인드부터 잘못됐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15일 진행된 긴급현장 조사에서 남양유업의 세포실험 신뢰성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 이는 불가리스가 성분 효능·효과에 대한 정부의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반 식품이기 때문에 동물 세포실험이 제대로 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이번 조사에서 논외였다”며 “전문가·학술재단 등의 전문 검증단계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다고 밝힌 것에서 문제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가 진행한 이번 실험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성능 평가를 위한 테스트 표준인 ‘플라크 분석법(Plaque assay)’이 사용됐다. 플라크는 세포를 배양한 접시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면 해당 영역의 세포가 사멸한 뒤 생기는 빈 공간을 말한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77.8%의 항바이러스에 효과를 냈다며 “1회 음용량(150㎖)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아닌 동물 세포실험 결과만으로 특정 제품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공표한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업계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식품업계는 제품에 들어간 성분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실험을 진행하지만, 이는 성분의 효과를 판단하기 위함이지 특정 제품의 효능을 단정 짓기 위함이 아니다. 또한 단순히 성분 효과를 공표할 때도 자체 실험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 실험을 병행해 객관성을 유지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의 효과를 표기하는 것과 관련된 기준들이 있다”며 “이번 발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품업계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한 감염병 전문의는 “(남양유업 실험에 대해) 말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남양유업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실험결과가 장마감 직전 발표되면서 남양유업 주가는 전일 대비 8.57% 상승 마감했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장 시작과 함께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해 장중 전일 대비 29% 오르기도 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주가 급등락 상황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부정거래 여부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이상 움직임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1일 거래량이 1000~3000주 수준이던 남양유업은 지난 9일과 12일 거래량이 1만주 이상을 기록했고, 주가도 각각 7.19%와 6.71% 상승했다. 기관·외국인의 매도세에도 13일과 14일 개인이 사들인 남영유업 물량은 1만226주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집단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남양이 남양을 했다’는 비아냥과 함께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 마약 투약 사건, 경쟁업체 제품 댓글 조작 의혹 등이 불거지며 추락한 기업 이미지가 회복 불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자충수’가 총수일가를 비롯해 경영진들이 실무적인 부분까지 좌지우지하는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도 실무자 사이에서는 반대가 많았겠지만 무시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남양유업에서 일하는 직원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다시 발생했다”고 전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