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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30년 삼성맨’ 이재용 부회장, 투자·혁신으로 ‘100년 삼성’ 일군다

① ‘30년 삼성맨’ 이재용 부회장, 투자·혁신으로 ‘100년 삼성’ 일군다

기사승인 2020. 0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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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 삼성', 왜 강한가]
‘복합 위기’ 속 또다시 경영능력 시험대
위기 때마다 현장 찾아…올해만 6차례
2014년 위기서 ‘선택과 집중’ 사업개편
경영복귀 후 미래먹거리 확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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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일으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이룩해 놓은 사업을 지켜간다는 것은 그 이상으로 어렵다.” 삼성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00년 기업’의 반환점을 돌며 새로운 50년을 향해 나아가는 삼성 역시 위기감이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이건희 회장의 와병 속에서 순조롭게 위기를 넘겨 온 이재용 부회장이 또다시 어려운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기마다 현장 달려간 이재용…올해만 벌써 6차례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올해 3월까지 사장단 간담회, 해외 출장, 국내외 정계·재계 인사 미팅, 사업장 방문 등 공식적인 경영 행보만 80여차례에 달한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 것과 달리, 이 부회장은 젊은 총수로서 폭넓은 대외활동을 통해 현장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위기일수록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전략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현장경영 행보가 두드러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 8~9월 두 달간 반도체(온양·아산·천안)부터 가전(광주), 디스플레이(아산) 등 7곳의 사업장을 찾았고, 코로나19가 덮친 올해는 화성 반도체연구소·구미 가전사업장 등 벌써 6차례나 현장경영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현장에서 전하는 메시지도 달라졌다. 2018년 9월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선행기술 개발에 힘써달라”고 주문했으나, 올해 3월 이곳을 다시 찾아서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며 위기극복의 결연한 의지를 내 보였다,

올해 1월 이 부회장이 20년 만에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을 찾은 것을 두고 ‘초심’을 되새기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사업장 중 가장 오지이자 험지인 마나우스 사업장은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본격 참여하기 시작한 2001년 당시 첫 해외 출장지로 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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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2014년’ 넘어 선 이재용 리더십은?
재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등이 얽힌 요즘이 삼성으로서는 2014년과 비견되는 ‘미증유의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5월 초일류 기업을 일군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경영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등 삼성에 초비상이 걸렸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그룹이 76년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바꿔야 할 시점에 다시 놓여 있다”고 할 정도였다. ‘갤럭시S5’의 흥행참패로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주는 등 사업도 위기에 처했다.

재계의 눈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렸다. 1991년 삼성전자 총무기획팀에 입사해 ‘삼성맨’이 된 이 부회장은 이후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석사,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쳐 2001년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재입사한 뒤 10여년 간 치밀하고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으나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2000년 설립을 주도했다가 대규모 적자를 내며 사업을 정리한 ‘e삼성’의 실패도 이 부회장을 향한 의구심에 한몫했다.

삼성의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우선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동력확보에 집중했다.

2014년 IM(IT·모바일) 부문 직원 6000명 구조조정에 이어 삼성테크윈·탈레스·종합화학·토탈 등 4개 계열사를 통매각한 한화그룹과의 방산 빅딜, 2015년 롯데그룹과의 화학 부문 빅딜을 단행하며 주력 사업구조를 전자·금융·바이오로 단순화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비핵심사업을 털어내는 등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엔 국내 M&A 사상 최대금액인 80억달러(약 9조원)에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미래 먹거리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인수 첫해인 2017년 7조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했고, 이 기간 영업이익은 574억원에서 3223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강력한 카리스마로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일궈 낸 이건희 회장 등 선대회장과 달리 ‘경쟁과 검증 없이 무혈입성한 후계자’라는 우려 섞인 시선 속에 경영 출발선에 섰지만, 이 부회장은 오랜 경영 수업으로 체득한 실용주의·현장 중시 경영 스타일,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서도 결단력과 빠른 실행력으로 위기를 딛고 ‘뉴 삼성’의 기틀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은 항상 임원들에게 미래 방향성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성보다 창업의 각오로”… 미래먹거리 확보 총력
지난해 9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및 계열사 사장단을 잇따라 소집해 부문별 전략과 투자 현황을 점검하면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끝나며 반도체 업황이 크게 악화된 데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위기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도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지적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한 이후 기술주도권 확보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018년 8월 인공지능(AI)과 5G, 바이오·전장용부품을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3년간 총 180조원 신규 투자 및 4만명 직접 채용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오는 2030년까지 130조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해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2030’ 비전을 제시했고, 10월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을 위해 2025년까지 13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도 이어졌다. 위기일수록 미래 투자를 통해 성장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코로나19가 미국·유럽·중남미 등지로 확산되면서 이 부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삼성의 해외 사업장 셧다운과 유통망 폐쇄로 인한 수급 불안정,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등 삼성 내부의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내부 이슈라면 문제점을 파악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이번 코로나19는 통제 및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위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삼성의 미래 투자는 차질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인 중국 시안 2공장은 양산 준비를 마치고 2단계 투자를 앞두고 있으며, 평택 극자외선 전용라인은 올해 하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시설투자는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되 미래 성장사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계획대로 차질없이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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