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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삼성 ‘초격차’ 이끄는 ‘이재용의 남자들’…위기 속 경영능력 시험대 <上>

⑥ 삼성 ‘초격차’ 이끄는 ‘이재용의 남자들’…위기 속 경영능력 시험대 <上>

기사승인 2020. 05.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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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삼성', 왜 강한가]
주요 사장단 중 절반 이상 서울대 출신으로 우수인재
이재용 '신사업' 시스템반도체, 강인엽·정은승 사장 손에
매출 효자 종목 무선사업부 이끄는 '젊은 사장' 노태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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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리즈 문패 진짜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는 새롭게 쇄신하는 ‘뉴삼성’의 밑그림과 함께 ‘위기’라는 단어가 총 3번 등장하며 현재 닥친 삼성의 위기감을 반영했다. 전 세계 경제를 덮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매출 55조3252억원, 영업이익 6조4473억원으로 코로나19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미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선보인 갤럭시S20 시리즈가 코로나19 여파로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는 등 매출 절반을 책임지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리스크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 부회장의 말은 곧 현 경영진에게 던지는 메시지기이도 하다.

그런 의미로 삼성전자의 주요 사장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1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천재인재론’에서 알 수 있듯 삼성전자에는 우수 인재가 수두룩하다. 주요 사장단 중 절반 이상이 서울대 출신이며 외국에서 석·박사를 수여받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위기 돌파의 ‘키’를 쥐고 있다. ‘전통 삼성맨’으로, 또는 분야의 전문가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 전례 없는 경영 위기 속에서 경력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이 부회장의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맡고 있는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파운드리사업부 정은승 사장과 매출 효자 종목인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노태문 무선사업부 사장이 주목된다.

18일 아시아투데이가 삼성전자의 주요 사장단 14명을 조사한 결과 이재용 부회장과 동문인 서울대 출신이 7명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정통 삼성맨’ 출신인 가운데 전경훈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이 포항공대 교수 출신이고, 지원부서인 종합기술원장 황성우 사장이 일본 NEC기초 연구소 연구원 출신에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의 이력을 지녔다. 올 인사에서 CR담당으로 다시 삼성전자에 합류한 이인용 사장도 MBC 기자 출신으로 외부 인력이다.

필요하다면 외부 인사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사장단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이 부회장의 ‘반도체비전 2030’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강인엽 사장이 주목되고 있는데, 그도 시스템반도체 부문 세계 3위 업체인 퀄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이력이 있다. 강 사장은 삼성전자의 ‘이재용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2010년 삼성전자 영입 당시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는 등 공을 들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삼성전자 DMC연구소로 영입돼 모뎀·통합칩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 모바일칩(AP) 시장은 5세대 이동통신(5G) 본격 상용화로 5G 통합칩이 주요 경쟁요소로 꼽히는데, 강 사장은 올해 5G 통합칩 수요와 모토로라·비보·오포 등 고객사 확대를 통해 실적증대와 퀄컴 추격전에 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경영 능력뿐 아니라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편이며, 삼성전자 부품연구동(DSR) 6층 옥외공원으로 올라가는 길 벽에 쓰인 ‘우리 이제 꽃길만 걷자’로 상당한 캘리그라피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다.

강인엽 사장과 함께 ‘반도체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한 축인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를 관할하는 정은승 사장은 물리학 박사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장을 지냈다.

2017년 삼성전자가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위탁생산 사업을 분리해 파운드리사업부를 신설한 당시 정 사장은 사업부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의 TSMC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정 사장으로서는 TSMC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하다.

삼성전자 사장단 중에서 드문 호남 출신으로, 직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친근한 리더십을 추구한다. 반도체연구소장으로 취임한 뒤 직원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영어는 존댓말이 없다며 자신을 ‘E.S.Jung’이라고 불러달라고 했을 정도로 권위의식이 없다.

1968년생으로 ‘젊은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도 삼성전자에서 ‘소통왕’으로 꼽힌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대표 브랜드 ‘갤럭시’ 신화의 주역이기도 한 그는 1997년 삼성전자 입사 후 줄곧 무선사업부에서 제품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로, 우직한 성품도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태문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이끌었고, 나이도 젊다보니 제품 트렌드에 대응이 빠르다”면서 “또한 소탈하고 직원들과의 소통도 잘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고동진 IM부문 사장과 함께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 글로벌 1등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에 고심 중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보다는 매출에서는 다소 뒤지지만 CE(소비자가전) 부문은 삼성의 자존심이다. 삼성전자의 태동이 1972년 흑백TV를 처음 생산하면서이기 때문이다. 특히 TV 부문은 돋보적이다. IHS 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4년 연속 세계TV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심에 김현석 CE부문장(사장)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한종희 사장이 있다.

김현석 사장은 30년 가까이 TV 기술개발의 한우물을 파면서 3D TV와 PDP TV, LCD TV, QLED TV 등 TV사업 발전과 함께했다. 승부욕이 강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가전의 일환으로 선보인 ‘비스포크 냉장고’도 그의 작품이다.

한종희 사장도 TV 개발 부서에서만 30년 가까이 경험을 쌓은 기술전문가로, 삼성이 세계 TV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르도록 한 주역 중 하나다. 우직하다고 할 정도의 성실성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고 해 ‘코뿔소’란 별명도 붙여져 있다. 소탈한 성격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반장을 도맡아할 정도로 리더십도 강하다.

삼성전자 사업부장 중 유일한 부사장인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도 생활가전 분야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실력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발자 출신으로 우직하며 사업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어 김현석 사장이 추구하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면서 개발자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의 사장단 말고도 지원부서가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경영지원실 최윤호 사장, 사업지원TF 정현호 사장, CR담당 이인용 사장, 종합기술원장 황성우 사장 등이 주인공이다.

특히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은 2017년 이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미전실 팀장급 중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인물이다. 이 부회장과는 하버드대 동문으로 신임도 두텁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지시를 받아 증거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궁지에 몰려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후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은 없다”면서 “지원부서는 말 그대로 지원부서일 뿐 채용공고나 인사 등 주요 상황의 업무조율만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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