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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구광모 뉴LG 구상은… LG전자는 ‘디자인 혁신’, LG화학은 ‘미래기술’

④구광모 뉴LG 구상은… LG전자는 ‘디자인 혁신’, LG화학은 ‘미래기술’

기사승인 2020. 08.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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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LG전자 '디자인 심장부'수시로 찾아…생활가전 인체공학적 설계 진두지휘
LG화학 차세대 소부장 개발 가속화…1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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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취임 후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사이언스파크고 사무실을 벗어나 가장 자주 방문한 곳도 R&D(연구개발) 현장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지난 2년 동안의 경영행보는 지난해 2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서 남긴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LG사이언스파크 매년 1회 이상 방문, 2019년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과 LG화학 기술원 점검, 지난 2월 LG전자 서초R&D캠퍼스까지 그는 연구개발 현장을 최우선에 뒀다. 고객중심의 디자인 강화와 미래먹거리를 위한 기술개발이 ‘뉴LG’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구 회장은 평소에도 “디자인과 기술을 통해 최고 연구인재 육성은 물론 최고의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을 중심 축으로 자신만의 경영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LG전자를 통해서는 ‘고객가치를 통한 혁신’을 디자인에 담았고, LG화학을 통해선 미래먹거리를 위해선 소송전도 불사하는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다.

든든한 우군인 LG전자와 LG화학 뒷받침으로 구 회장은 자신만의 ‘뉴LG’에 더 빨리 다가가고 있다.

◇고객 중심 디자인…젊은 ‘LG전자’로 재탄생

3일 LG전자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후 LG전자 디자인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고객의 편의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직관적인 디자인과 개성 있는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 세계적인 컬러 연구기업인 팬톤과 협업하는 등 최신 트렌드 반영에도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대표적 일례가 일체형 세탁건조기 ‘LG트롬 워시타워’다. 구 회장은 지난 2월 ‘디자인 심장부’ 서초 R&D캠퍼스를 찾아 세탁기와 TV, 냉장고 등의 버튼 위치부터 조작감, 제품 높이와 두께 등을 확인하며 페인포인트(고객불만)를 직원들에게 세세하게 캐물었다. 당시 구 회장은 보통 직렬로 설치돼 높이가 높아지는 세탁기와 건조기에 대해 “키가 작은 고객도 옷을 넣고 꺼낼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손쉽게 버튼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후 두 달 뒤 출시된 제품이 ‘LG 트롬 워시타워’다.

키가 작은 고객도 버튼을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상단에 위치했던 건조기 조작부를 세탁기 조작부와 합쳐 가슴보다 낮은 높이에 설계했고, 세탁물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건조기 투입구도 낮추고 불필요한 공간도 없앴다.

고객의 행동 패턴을 고려해 고객이 원하는 가치와 경험을 놓치지 않고 작은 부분까지 집중해 탄생했다. 구 회장식 디자인 경영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디자인은 고객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말한 것처럼 구 회장은 ‘디자인’이야말로 LG전자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여기고 있다.

사고 싶은 가치를 느끼게 하는 구광모식 디자인 경영은 고객 구매로 이어지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출시 한 달 만에 워시타워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선 것. 2015년 선보인 트윈워시가 같은 규모를 판매하는 데 12주가 걸린 것과 비교하면 판매 속도가 3배 이상 빠른 셈이다.

구 회장의 디자인 철학은 LG전자 주력 스마트폰 ‘벨벳’에서도 잘 나타난다. 벨벳은 고객의 손가락 길이까지 고려해 손에 착 감기는 ‘3D 아크 디자인’을 구현해냈고 폰 후면엔 보는 각도와 빛의 양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기술을 탑재했다. 하드웨어도 견고하다. 미국 국방부가 인정하는 군사 표준규격 ‘MIL-STD 810G’에서 낙하, 고온, 저온 등 14개 항목을 통과했다. 스마트폰의 후면 색상, 잡는 느낌, 안전성 하나도 고객 입장에서 다루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5월 출시한 벨벳 판매량은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기준 전월 대비 평균 30% 늘었다.

◇미래기술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다음은

LG전자의 디자인 혁신만으로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하다. 글로벌 1위 기술을 만들 신성장동력을 구 회장은 LG화학에서 찾았다. 현재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반도체를 대신할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80조원으로 메모리 반도체(170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LG화학이 본격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여 년 전인 1998년이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은 20년간 가능성만 있을 뿐 적자가 이어졌다. 사내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지만 고 구본무 회장의 뚝심으로 버텨냈다.

이를 이어받은 구 회장은 전기차 개화 시기를 앞두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창립 71년 이래 최초의 외부 영입 최고경영자(CEO)다. 비화학전문가 출신이지만 풍부한 해외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고객사 유치에 적임자라고 구 회장은 판단했다.

구 회장과 신 부회장은 이기기 위해선 ‘다툼’도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 LG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LG화학은 지난달 31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과 관련해 합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히면서도 “배터리 사업은 기술의 가치가 사업의 가치일 정도로 중요하다”며 “기술·노하우 등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는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 결과 LG화학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은 2017년 4위에서 지난해 3위에 오르더니 1위를 탈환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 배터리의 사용량은 전체 27.1%로 지난해 1분기(10.7%)와 비교하면 시장 점유율이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분기는 실적에서도 성과를 냈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LG화학은 유일하게 이 기간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LG화학 2분기 전지부문은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1995년 배터리 사업에 나선 이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후 시가총액도 44조8000억원가량으로 올라 유가증권시장 7위에서 5위로 급등해서 LG그룹 안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가 됐다.

흡족한 성과지만 구 회장은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할 당시 구 회장은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뿐 아니라 솔루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메탈로센 POE 등도 유심히 봤다.

솔루블 OLED의 경우 현재 LG의 주력 상품인 올레드 패널의 경쟁력을 강화할 새로운 화학소재다. 메탈로센 POE는 차세대 플라스틱 합성수지로 자동차 내외장재·범퍼 충격 보강재 등으로 쓰인다. 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 석유화학 경쟁업체 제품과 차별화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분야들은 구 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보이는 차세대 소재부품 기술이다. 전지부문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1분기 매출 비중이 12.8% 불과한 첨단소재와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차세대 기술을 상업화해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게 구 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이다.

LG그룹 관계자는 “평소 회의에서 임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편인 구 회장이 차세대 기술 관련해서는 주도적으로 나선다”며 “평소 미래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큰 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R&D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의 연구개발 비용은 2017년 8701억원, 2018년 1조664억원에서 지난해 1조1310억원으로 늘었다. 구 회장은 그룹 연구센터를 방문하면서 “연구과제를 단기가 아닌 고객 가치를 혁신할 도전적인 과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를 빨리 내는 것보다 그룹 가치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두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 회장의 행보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그가 고객을 위한 디자인과 미래기술을 강조하는 모든 것이 ‘뉴LG’를 위한 판 짜기로 보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에서 보듯이 미래를 위한 가치는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는 게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에서 보인다”며 “확실히 독해졌다, 구 회장은 보수적인 문화를 지닌 엘지를 다음 세대에 어떤 기업으로 남길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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