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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100년 기업 LG 도약 위한 구광모의 과제는

⑦100년 기업 LG 도약 위한 구광모의 과제는

기사승인 2020. 08.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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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기업 미래 사업 뒤엔 오너 역할이 뒷받침
구광모, 전장·로봇·AI 미래사업 속도내야
상속세 완납·글로벌 1등 기업 배출 숙제도
100년 LG도약을 위한 구광모의 과제는
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너경영’이란 독특한 기업문화로 빠르게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가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개발을 진두지휘하면 조직원의 역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사업의 성공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1등기업으로 도약시킨 반도체 사업, 현대자동차에 고급 이미지를 각인시킨 ‘제네시스’의 탄생도 오너의 뚝심 있는 결단과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없었다면 결코 이뤄내지 못했던 사업이다. 세계적인 불황과 적자로 치닫던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경영진의 부정적인 의견을 받아들여 반도체 사업을 포기했다면 오늘날의 삼성전자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역시 현실에만 안주하고 미국 시장에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제네시스’ 개발에 5년의 노력과 5000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쏟아내는 데 주저했다면 삼성에 이은 굳건한 재계 2위의 자리는 위협받았을지 모른다.

그만큼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미래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오너의 역할은 중요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깨는 그래서 더 무겁다.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탄탄한 기틀을 다져놔야 하고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한 준비도 시작해야 할 때다. 재계 4위인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총수로서 구 회장이 짊어져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12일 업계 관계자는 “LG는 향후 20년을 좌우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전기차배터리·자동차 전장부품·OLED 패널 등으로 재편한 사업들이 긴 시간 투자한 만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고 미래사업으로 구 회장이 꼽고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AI) 사업도 본격화해 신성장동력을 장착, 미래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LG는 100년 기업을 향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구광모 회장이 부친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뚝심경영 DNA’를 이어받았다면 문제없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LG그룹의 원동력인 LG화학 전기차배터리가 구본무 전 회장의 끈질긴 투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2차전지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긴 구 전 회장은 1992년에 럭키금속에 2차전지 연구를 지시했고, 이를 LG화학이 이어받아 1997년에야 소형전지 파일럿 생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양산을 하기에는 품질이 좋지 않았다. 수년간의 투자에도 가시적 성과가 나지 않아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지만 끝까지 굽히지 않고 2차전지 배터리 사업을 이어오게 한 구 전 회장의 결단이 현재 LG화학을 시총 3위에까지 오르게 했다. “2차전지 사업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이고,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던 구 전 회장의 말은 적중한 셈이다.

구광모 회장도 이런 부친의 도전·혁신의 정신을 이어받아 LG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만 40세에 총수란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올라 물론 부담은 크다. 오랫동안 이어온 기업문화를 자기 방식대로 바꾸기에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젊은 총수’란 약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바뀌어 LG엔 득이 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재계 4위란 거대 기업인 만큼 변화가 느릴 수 있었지만 구 회장의 취임 후 LG는 빨라지고, 과감해졌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없애면서 일방적 발표자리가 아닌 토론 방식으로 바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있다. 로봇·AI·전장사업 등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투자하는 데도 거부감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여기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은 각 계열사에 도전의식을 불어넣고 있다.

LG화학이 석유화학 중심에서 전지사업과 첨단소재, 바이오 등 사업다각화를 실현하려 하고 있고, LG전자가 가전에만 매몰되지 않고 업의 성격을 살려 전장사업·로봇·AI 등에 집중투자하는 것도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 시대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로봇사업은 구 회장 체제 이후 선두기업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지난 7월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인 ‘LG 클로이 서브봇’을 정식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 메이필드호텔 서울에서 실외배송로봇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편의점 GS25와도 손잡고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로봇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삼성전자의 ‘삼성봇 셰프’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등의 상용화보다 한발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2018년 7월 800억원에 인수한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가 올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 사업성에 의심을 받고 있지만 과거 오너 기업들이 아픔을 딛고 미래사업이 빛을 발했듯 미래를 위해 필요한 ‘성장통’일 수 있다.

LG 관계자는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도 20년 투자의 결실이 이제야 보고 있다”면서 “로봇과 AI도 당장의 이익 실현이 쉽지 않지만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사업이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전기차배터리보다는 좀 더 빨리 수익성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AI 인재양성에도 적극적이다. LG는 올해 LG인화원에 ‘LG AI 마스터 양성 과정’을 신설해 100명의 AI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AI전문가는 실무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는 과제를 찾아 사이언스파크의 트랜스포메이션(DX)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아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현재 LG디스플레이가 패널 설계 등의 과정에서 AI 기반으로 최적화해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연구시간을 단축했고, LG전자가 품질관리 공정단계에서 빅데이터를 가동해 스크래치 형태를 딥러닝시켜 사람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비전검사를 적용하는 등의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처럼 미래사업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 개발과 함께 당장 산적한 과제 해결도 요구받고 있다. 우선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선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 구본무 회장(8.8%)과 구자경 회장(0.95%)의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내야 할 상속세만 7800억여 원이다. 이미 선납한 세금 외에 남아 있는 6000억원 정도를 5년 안에 해결해야 한다.

또 이제야 빛을 보고 있는 전기차배터리의 수익성 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동시에 계속해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LG전자의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실적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일등 LG’에 걸맞은 글로벌 1위 사업을 만드는 것도 구 회장에겐 숙제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LG전자가 생활가전 부문에서 월풀을 제치고 올 상반기 1위를 하고 있지만 확실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내세우기에는 부족하다. LG그룹의 주요 사업 세 개의 축 중 내수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통신을 제외한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구광모 회장 시대에서 글로벌 1등 기업이 나와야 한다.

LG 관계자는 “재계에서 거의 드문 40대 젊은 총수지만 대리부터 시작해 단계를 밟아 경영수업을 받은 준비된 총수”라면서 “취임 2년간 LG의 눈부신 성장에서 알 수 있듯 과거와 다른 LG의 발전을 기대해도 될 듯하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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