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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창문 밖 그 남자가 쳐다보고 있다”…‘관음증’ 20대 男 징역형 집행유예

[오늘, 이 재판!] “창문 밖 그 남자가 쳐다보고 있다”…‘관음증’ 20대 男 징역형 집행유예

기사승인 2021. 05. 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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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상 관음증 처벌은 못하고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
재판부 "다세대주택 복도·계단은 '위요지' 해당…피해자 사생활 평온 깨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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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에 걸쳐 다세대주택에 몰래 침입해 복도에 나 있는 창문으로 여성을 훔쳐본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문제는 A씨가 몰래 쳐다본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경범죄 처벌법 이외에는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주거침입 혐의 외에 별도의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가 몰래 쳐다본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 3조1항41호가 규정하는 ‘지속적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지만, 이를 위반한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 수준의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

타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해서 따라다니는 등의 스토킹을 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오는 10월 시행일까지는 공백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재경지법 판사는 “몰래 지켜보는 행위는 현행법상 경범죄 처벌법 외에는 처벌할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마도 이 때문에 형량이 무거운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한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고소영 판사는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A씨(26)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프로그래머로 재직 중인 A씨는 지난해 8월~9월 6차례에 걸쳐 피해 여성인 B씨가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공용계단을 통해 B씨 거주지 문 앞에 이르러, 창문을 통해 주거지 내부를 살펴보거나 속옷차림으로 있는 B씨의 모습을 지켜봤다.

재판에서는 다세대주택의 복도와 계단을 법률에서 정하는 ‘위요지(외부와의 경계에 문과 담 등을 설치해 외부와 구별되는 부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는데, 법원은 해당 부분이 다세대주택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위요지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 판사는 “A씨가 피해자의 주거지를 엿보려면 계단을 올라 폭이 좁은 통로를 지나야 하는데, 해당 통로에는 각 세대의 현관문과 창문이 연이어 위치해 있다”며 “피고인이 침입한 장소는 주거로 사용하는 각 가구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기도 해 위요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엿보기 위해 주거지에 침입했고 피해자의 사생활의 평온을 깨트렸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기간 불안감을 느껴야 했고, A씨는 피해자를 마주친 후에도 또다시 주거지를 찾아가 엿보려던 중 경찰에 적발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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