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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코로나 학번 대학 새내기들 “고등학교 4학년 같아요”

[아투탐사] 코로나 학번 대학 새내기들 “고등학교 4학년 같아요”

기사승인 2021. 02. 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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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례 코로나 대유행 모두 교회 발원..."순수 신앙 아닌 정치적 목적이 문제"
캠퍼스 커플은 언감생심...1학기 수강신청 대신 군입대
상심한 마음 위로 한 건 주위의 공감과 따뜻한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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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학년도 2학기, 학생들이 줌(Zoom,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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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대구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
염증(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발생한 지 1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세 차례의 대유행을 겪었다. 세 차례 대유행 모두 중심에는 ‘교회’가 있었다.

지난해 2월 신천지 대구교회를 시발점으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만 5214명으로 단일 규모로는 최대다. 그해 8월은 전광훈 목사의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광복절 도심 보수 집회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방역당국은 교회발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조치를 강화했지만 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은 산발적으로 계속됐다. 부산 세계로교회처럼 지자체의 대면예배 금지 행정명령에도 방역조치를 어기고 수차례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도 있었다.

겨울이 되자 이번엔 경북 상주 인터콥 BTJ 열방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데 이어 대전과 광주 IM선교회까지 더해 코로나 3차 유행에 불을 지폈다. 3밀(밀집·밀폐·밀접) 환경에서 방역수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검사·역학조사 거부 등 비협조적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종교시설 집단감염 중 유독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신학과)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교회도 많은데 인터 콥같은 선교회나 사랑제일교회처럼 통제권을 벗어난 단체가 문제”라면서 “개신교는 불교나 천주교와 달리 교단이 다양해 일원화된 통제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 규제도 쉽지 않다. IM선교회는 비인가 교육시설로 종교시설, 학원 등 특정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방역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탁 교수는 사랑제일교회 경우처럼 신앙보다 정치적 성향을 갖고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교회발 집단감염을 살펴보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단 한 건의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교회에서는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라며 대면예배를 고수하기도 한다. 탁 교수는 순수한 신앙심이 아닌 정치적 목적 등을 이유로 대면예배를 고수한다면 그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탁 교수는 “교회의 기본은 ‘이웃사랑’이다. 대다수 교회들이 불편 감수하고 비대면 예배 또는 모임을 자제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코로나 시대 진정으로 이웃사랑을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일부 교회의 일탈을 반성하며 개신교의 체질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트북 속 동기, 유튜브 속 대학축제

지난 1년간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휩쓴 만큼, 대학 또한 코로나19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강민정씨(21)는 ‘코로나 학번’이다. 오리엔테이션(OT) 취소와 개강 지연 소식을 들었고, 수강신청 대신 마스크 구하기에 열을 올려야 했다. 코로나 학번들은 지난 한 해를 ‘고등학교 4학년’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씨는 지난해 1월 동기와 선배 몇 명을 만난 이후로 지난해 10월까지 동기들을 만나지 못했다. 수업이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돼 동기들의 얼굴은 노트북 화면 속으로만 마주했고, 축제도 유튜브 화면으로 즐겨야 했다.

비대면 수업이 익숙하지 않았던 1학기에는 강의 중에 마이크를 켜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식사를 하는 학생들의 얼굴이 화면에 잡히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강씨는 “대학교 가면 다들 CC(캠퍼스 커플)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학교를 못 가니까 연애도 못 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코로나 학번’인 최호영씨(21)는 올해 1학기 수업 대신 군입대를 결정했다. 최씨는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즐기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군대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며 “군대 다녀오는 동안에는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코로나를 극복한 ‘공감’과 ‘말’

뉴질랜드 시민권자인 장모씨(31)는 지난달 메인홀과 서브홀에 각 49명씩, 총 98명만 초대해 결혼식을 치렀다. 장씨의 아내 이모씨(30)는 “지난해 한 번 미룬 결혼식이었다. 겨울이긴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한테 울면서 또 미룰까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장씨 부부를 더 가슴 아프게 한 것은 하객들이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아내 이씨는 “몇 년 전 결혼한 언니의 결혼사진이랑 비교해보니까 너무 확연히 차이가 나서 슬펐다. 수십 명이 모여서 웃고 있는 사진이 저는 없으니까”라고 허탈해했다.

상심한 부부를 위로한 건 주위 사람들의 ‘공감’과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장씨는 “몇 년 전에 연락이 끊긴 지인한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자기도 코로나 한창일 때 결혼식을 했다면서 공감해주더라”며 “‘다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공감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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