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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생활 막막…마스크 언제 벗나요”

[아투탐사] “생활 막막…마스크 언제 벗나요”

기사승인 2021. 02. 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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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불황에 무너진 40대 가장
식당 영업난에 설비·마스크 공장 재활용 분류까지
코로나로 파산위기…바닥으로 몰리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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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한 구직자가 상담하고 있다./사진=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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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뭘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40대 A씨는 요즘 더욱 잠을 못 이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할퀴고 간 지난 1년은 너무 처참했다. 마스크에 가려진 모든 이들의 얼굴 뒤에 숨겨진 사연은 다양했지만 A씨 가족에게는 더욱 가혹한 한 해가 거듭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A씨는 어머니와 함께 소규모 식당을 운영했다. A씨는 “동네 장사였지만 그 사이 결혼해 두 아이를 키웠다”고 했다. 2020년 불어 닥친 코로나19라는 재앙은 A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A씨는 “하루 벌어서 하루 매출로 모든 걸 생활해왔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텅텅 빈 식당을 보면서 혼자 화장실에 가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선박회사 하청 일을 하던 아내 B씨는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으로 부서 전체가 없어져 십 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됐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는 정부에서 주는 고용보험기금 수당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지만 6개월 구직급여가 끝난 뒤 재취업은 엄두도 못 내고 식당에서 시어머니를 돕고 있다.

2013년생인 큰 아들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코로나19로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다. B씨는 “큰 아들이 요즘 한글을 자주 틀린다. 구구단도 곧잘 외우던 앤데 이러다가 또래보다 뒤쳐지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전긍긍했다. 엄마 속도 모르는 6살 딸이 “다시 발레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할 때면 가슴이 타들어간다고 했다.

A씨는 부업으로 설비 일에 나섰다. 상하수도 수리나 보일러 시공, 배관 연결 작업, 미장(페인트칠) 등 닥치는 대로 돈이 되면 뭐든지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일감이 대폭 줄었다. 새벽 5시에 트럭을 몰고 나가서 밤 11시가 다 돼서야 집에 돌아오는 A씨는 “9개월 동안 3~4일 일하다 일주일 이상 쉬는 날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18시간 일해서 번 돈은 대출금 갚고 생활비로 쓰면 수중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최근 A씨는 폐업한 마스크 회사를 찾아다니며 공장 기계를 고철업체에 넘기거나 재활용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공장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공급 과잉으로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면서 틈새 일자리가 생겨서다. A씨는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는데 코로나로 돈을 벌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마스크 벗을 날만 기다리는데 멀게만 느껴진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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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신청이 몰리면서 코로나19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센터는 신청자의 출생 월에 따라 요일과 시간을 오전, 오후로 분산해 실업급여 신청을 받는다./사진=임유진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1월 20일) 한 데 이어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2월 18일) 사태가 터진지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 사회는 과거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초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여파로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2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정서가 만연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78.0%는 ‘걱정 또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재단 측은 “전염병이 전반적으로 부정 정서를 확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울함의 단계인 ‘코로나 블루’를 넘어 분노의 단계인 ‘코로나 레드’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떤 어려움도 결국 극복할 것’(63.6%), ‘우리 사회는 더 나은 사회가 될 것’(56.7%) 등 미래 사회에 대한 인식은 낙관적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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