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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변화 중책 맡은 허태수는 누구인가

GS 변화 중책 맡은 허태수는 누구인가

기사승인 2021. 0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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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회장으로 '깜짝 발탁'
홈쇼핑 근무로 유통에도 밝아
GS홈쇼핑 'CJ와 양강' 이끌어
취임 후 두 가지 전략 강조
디지털 접목·핵심사업 강화
최근 'ESG 경영' 화두 맞춰
계열사들과 친환경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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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만능 스포츠맨’, ‘국제금융투자통’, ‘유통 전문가’. 허태수 GS그룹 회장 앞에 붙는 수식어는 여느 재계 회장보다 다채롭다. GS그룹 초대 회장인 허창수 명예회장이 그를 GS그룹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로 낙점한 것도 막내동생의 ‘혁신의 감각’을 믿었기 때문이다. 허태수 회장이 차기 GS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에 그룹 안팎에선 놀라움을 표하긴 했지만, 이윽고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리더’라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신데렐라’답지 않은 안정감으로 GS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회장이 되기 전부터 착실히 쌓아온 금융투자·유통 등 다양한 경험 및 경영 노하우에다, ‘재계의 호기심 대장’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그의 탐구정신이 이같은 혁신 경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는 가문 내 유일한 증권맨 출신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MBA과정을 수료한 후 1996년 외국계 은행 대리로 경력을 시작했다. 귀국 후 LG증권 부장으로 입사해 M&A팀장과 국제금융팀장, 런던법인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투자사업에 대한 감각과 글로벌 시장에 대한 눈을 키웠다. 글로벌에 특화된 허 회장의 경력은 국내 사업에 치중해 온 다른 형제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그룹 내에서 ‘글로벌 센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허 회장은 2002년 GS홈쇼핑의 전신인 LG홈쇼핑의 전략기획부문장(상무)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으로 유통업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8년 간 GS홈쇼핑의 사장과 부회장으로 홈쇼핑 업계에 몸 담으며, CJ오쇼핑과 더불어 양강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회장이 된 후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도 그의 오랜 유통업 경험에 따른 전문성에서 기인한 경영 판단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는 과시적인 것을 싫어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현업에 있는 실무자들보다 자신이 돋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전면에 나서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도 “이젠 최고경영자나 몇 명 리더의 역량으로 혁신을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현업에 있는 사람이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고 한다. 소탈한 성격이나 격식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 등은 허 씨 가문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GS 관계자는 “약속이 따로 없는 날은 일반 직원들처럼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며 “최근 직원식당을 리노베이션하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것도 허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회장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행비서도 따로 두지 않는다”며 “보통 대리~과장급 실무진을 비서로 기용하고, 차에 타서 따라다니며 수족처럼 부리는 역할이 아니라 각자 책상에 앉아 비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사실 GS그룹의 회장으로서 허태수 회장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회장을 맡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GS홈쇼핑 시절 직원들과 ‘산책 간담회’를 하며 태극권을 가르쳐주는 등 스스럼 없이 교류했던 모습과는 달리, 회장이 된 이후부터는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고 있다. GS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도 있고 허 회장이 현장 경영보다는 그룹의 위기 극복 방안 마련에 더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정유·발전 사업이 코로나19와 저유가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허 회장은 포트폴리오 재구성 및 신사업 확장을 통한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일하는 방식의 혁신 방안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회장 취임 후 강조하고 있는 경영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디지털을 접목해 기존과 다른 비즈니스를 만드는 ‘뉴 투 빅(New to Big)’과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기존 핵심 사업을 더 크게 키우는 ‘빅 투 비거(Big to Bigger)’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최근 ‘친환경’ 경영 전략이 더해졌다. 올해 1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신년 모임에서도 허 회장은 임원들에게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허 회장은 GS홈쇼핑 시절부터 ‘스타트업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GS홈쇼핑에 몸 담으며 2011년부터 투자한 국내외 벤처·스타트업만 400여 개, 투자 금액은 2800억원에 달한다. 대형 함선이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없듯 대기업 역시 변화를 읽는 데 한계가 있다며,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이 GS와 같은 대기업이 경영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고 신기술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의 회장 취임 후 첫 외부 행보도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문제 해결 혁신 방법론인 ‘디자인 씽킹’을 소개하는 ‘스탠퍼드 디자인 싱킹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계열사 CEO 등 임직원 100여 명을 이끌고 참석한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외부와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실리콘밸리 선진 기업들의 혁신 방법론을 각 계열사에 전파해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지난해 6월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그룹 내 오픈 이노베이션 커뮤니티 ‘52g(오이지·Open Innovation GS)’를 출범시켰다. 실시간 웹 세미나(웨비나) 방식으로 미국 현지의 유명 연사들이 실리콘밸리 혁신 방법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의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실시간으로 직원들과 소통도 가능토록 했다. 지난해 52g 커뮤니티에 참여해 활동한 GS그룹 직원만 100여 명이 넘는다. 허 회장도 직접 52g의 ‘인스파이어러(Inspirer)’로 참여해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룹의 디지털 전환 역시 허 회장이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는 시점에 회장이 된 그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상을 보며 디지털 전환이 생존과 연결돼 있음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허 회장 취임 후 GS는 ‘언택트 오피스’의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반의 협업 솔루션을 도입하고, 2022년까지는 각 계열사의 주요 시스템 중 8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을 이루는 것을 내부 목표로 삼고 적극 시행 중이다.

최근 허 회장이 새롭게 강조하고 있는 경영화두는 바로 ‘친환경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이다. GS그룹은 지난해부터 각 계열사들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4일에는 각 계열사의 최고환경책임자(CGO)로 구성된 ‘친환경협의체’를 출범하며 ESG경영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선포했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에 따라 친환경협의회가 GS그룹의 ESG와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전담하도록 했다. 허 회장 자신도 각 계열사 CEO들과 매 분기마다 확대 친환경협의체에 참석해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허 회장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와 고객의 요구이며 특히, 신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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