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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시되던 아랍형 ‘페미니즘’…예술가들 통해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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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민 기자

승인 : 2019. 05. 27. 08:59

여성 인권이 바닥 치던 아랍 이슬람 사회에서 여권 신장 움직임 일고 있다. 여성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시·미술·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적인 여성상을 재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 이들은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서양의 ‘페미니즘’ 개념을 중동 지역에 맞게 받아들이고 출판물을 발행하거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인식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아랍뉴스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여성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여권 신장을 위한 창작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아랍권의 전통적인 여성상을 재고하고자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이 처한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25세의 새라 빈 사프완 씨는 2016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결집하고 교류하기 위해 버나트 콜렉티브(Banat Collective)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시, 현대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간행물을 선보이며 아랍 사회가 전통적으로 바라보던 여성성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창작한 예술작품을 온·오프라인으로 출판하거나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나트 콜렉티브는 ‘여성성’(womanhood)과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ity) 두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여성성’이란 단어를 ‘페미니즘’ 대신 사용한다.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서양 이데올로기에 물든 정치적 용어이며 중동 지역에 맞지 않는 단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상호교차성’이란 페미니즘 분파 중 하나로 페미니즘이 모두를 위한 것임을 내세우는 개념이다. 즉, 여성 중에서도 더 차별받는 소수자(유색인종, 소수종교신자 등)가 있으며 이들의 권리 신장이 일반적인 여성의 권리 신장만큼 중요하다는 사상이다.

사프완 씨는 “많은 예술가들이 젊고 신흥적이다. 하지만 작품을 전시하거나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한다. 구겐하임 아부다비 미술관의 보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대학에서 문화비평과 큐레이션을 전공했다.
역사적으로 이슬람교를 채택한 아랍 문화권의 여성 인권은 최악으로 꼽힌다. 이슬람 여성을 단순한 소유물로 인식하고 아내를 매질할 수 있는 경우를 코란에 서술하는 등 여성혐오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에 휩싸여왔다. 이 같은 인식은 7세기 메카 이전부터 기인한다. 이슬람 사회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잦은 전쟁을 바탕으로 남성우위 사회가 발달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군주제·식민주의·독재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가부장적 원칙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동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권익 신장을 위한 움직임이 일게 됐다. 버나트 콜렉티브는 권력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이슬람 사회에서 금기시되고 오해된 관념들을 바로잡고자 한다. 지난해에는 아트북 ‘그 중간에서 모두’(In the Middle of it All)를 출판해 사춘기 시절 겪은 성희롱, 학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지난 3월에는 단편 영화를 제작해 두바이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중동 여성이 겪게 되는 일상적 문제들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성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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