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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진정성 보이지 않는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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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재 기자

승인 : 2019. 11. 05. 06:00

아시아 투데이 이욱재
법무부가 제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에 따라 검찰은 다음달 1일부터 수사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피의자나 참고인 등 사건관계인의 검찰청 출석 장면 촬영도 전면 금지한다.

지난 9월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을 때 법조인들에게 형사사건의 공개 범위와 한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체로 ‘인권 보호라는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알 권리와 충돌하기 때문에 신중하고 조화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가치가 상충되는 만큼 종합적이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이번 훈령을 살펴보면 법무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갔는지는 의문이 든다.

먼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절차상의 문제, 그 중에서도 의견수렴과 관련된 것이다. 형사사건 공개를 놓고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법무부는 ‘답안지’를 작성해놓고 형식적으로 이해당사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졸속’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알 권리 보장 문제를 의식한 듯 법무부는 민간위원 과반수로 구성된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일부 사건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도 ‘민간위원이 과반수면 정치적 중립성 등을 담보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결국 정부의 입맛에 따라 사건의 공개·비공개 여부가 결정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훈령이 규정한 검사의 언론 접촉 금지 조항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는 현재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이것이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언론의 순기능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 분야에 대해서만 이 같은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했던 5공화국 당시에도 검사 등을 포함한 취재원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다’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정책이나 제도, 관행을 뜯어고치려고 한다면 진정성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반발 없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 정권 초기부터 관계기관과 깊이 있게 논의한 뒤 규정을 만들었다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만들어진 이번 규정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뿐일까.
이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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