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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폭동 확산에 군 배치…LG공장도 약탈·방화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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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1. 07. 13. 13:58

South Africa Zuma Riots <YONHAP NO-0685> (AP)
1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에서 폭도들이 도로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가운데 도로가 화염에 휩싸였다./사진=AP 연합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대통령의 구금으로 촉발된 대규모 항의시위가 군대를 투입해야 할 만큼 거센 폭력시위로 번졌다. 폭동과 약탈 수위가 높아지면서 현지 LG전자 공장도 큰 피해를 입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틀 연속 진행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태를 “기회주의적 범죄 행위”라고 비난하며 사태 진정을 위해 군 병력을 배치한다고 선언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 일부 지역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기 힘든 폭력과 약탈행위로 인해 밤낮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남아공 국방군도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사법 집행 기관을 보조하고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하우텡과 콰줄루나탈에 병력을 배치하는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고 알렸다.

이번 소요사태는 주마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 구금된 이후인 지난 9일부터 일어났다. 처음에는 주로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루에서 도로 봉쇄와 차량 방화 등이 발생했다가 지난 주말부터는 남아공 최대도시인 요하네스버그로 확산됐다. 폭도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불을 지르는 등 도심은 아수라장이 됐다. 도로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통근자 수만명의 발이 묶이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현지 TV방송에는 폭도들이 쇼핑몰에서 가전제품을 가지고 달아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영됐다. 배치된 경찰보다 시위대 규모가 훨씬 컸던 탓에 제대로 통제될 수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맞은 하우텡은 폭동으로 인해 백신 접종소를 폐쇄해야 했다.

지난 주말 요하네스버그와 콰줄루나탈에서는 차량 수십 대가 전소됐으며 하우텡에서 6명, 콰줄루나탈에서 4명 등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에 의하면 지금까지 약 4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우리 교민들의 피해도 잇따랐다.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에는 이날 새벽 무장한 폭도들이 습격해 전자제품을 약탈해갔다. 이어 오후에는 공장에 방화까지 일어나 전소됐다. 공장 내 인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민 사회 관계자는 “불이 난 공장은 출입이 어려워 물적 피해 집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은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현지 당국과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민들에게 더반 지역 등에서 이동을 자제하고 이날 가급적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뇌물수수와 성폭행 논란 등으로 취임 전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2009~2018년)에도 광범위한 부패 의혹이 숱하게 제기됐다. 그는 부인하고 있지만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말 주마 전 대통령에게 법정 모독 혐의로 15개월 형을 선고했다.

시위의 시작은 주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끌었지만 본질은 약 30년간 이어져 온 극심한 불평등과 경제난 등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32.6%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봉쇄 조치가 1년 이상 계속되자 주마 전 대통령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대거 폭동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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