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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백신 의무화 논쟁…WHO “접종 의무화, 최후수단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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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1. 12. 08. 15:50

APTOPIX Virus Outbreak Belgium <YONHAP NO-0248> (AP)
지난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처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경찰들이 시위자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있다./사진=AP 연합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처음 보고된 지 2주만에 50여개국으로 확산하면서 각국이 속속 백신 접종 의무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하지만 자율성 침해와 미접종자 차별을 지적하며 의무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남부 연방지방법원 R.스탠 베이커 판사는 이날 연방정부와 거래하는 계약업체 직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행정명령을 전국적으로 일시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은 또 다시 발목이 잡혔다.

베이커 판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과 전 세계에 끼친 비극적인 희생을 인정한다”면서도 “위기 상황에도 법원은 법치를 보존하고 정부 부처가 헌법상 부여된 권한의 범위 안에서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대규모 민간기업 사업장과 연방정부, 연방정부와 거래하는 계약업체에 코로나19 백신을 의무화하고 내년 1월 4일까지 백신 접종을 끝내도록 했다. 이는 미국 노동자의 4분의 1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조치다.
이에 접종 의무화 조치를 반대하는 주 정부와 기업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며 연방정부의 행정명령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전날 뉴욕시는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기업에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민간기업 직원들은 최소 1회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이날 뉴욕시의 조치에 항의하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의 자택 앞으로 몰려가 “내 몸, 내 선택” “백신은 필요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는 백신 의무화 조치 시행을 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독일은 내년 2월부터 미접종자들은 사실상 모든 장소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도 내년 2월부터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매주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그리스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60세 이상에게는 매달 100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편익을 강조하며 접종률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접종 의무화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많은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사무소 소장인 한스 클루주는 이날 의무적인 백신 접종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선택 가능한 방안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 (백신 의무화가)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루주 소장은 일부 지역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가 접종률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지만 백신 의무화의 효과는 맥락에 따라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무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어느 지역에서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반발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가 보건 및 사회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불평등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동이나 권리를 제한하는 어떤 수단도 정신 건강과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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