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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법정통화 지정’ 엘살바도르, 가상화폐 추락에 손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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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2. 06. 16. 15:48

EL SALVADOR-BITCOIN/ <YONHAP NO-4032> (REUTERS)
지난해 11월 20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신봉자’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추가 매수를 시사했다.

15일(현지시간) ABC뉴스는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를 인용해 부켈레 정권이 지난해 9월부터 사들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약 1억500만달러(약 135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코인 1개당 평균 4만6000달러를 지불한 꼴이다.

현재 엘살바도르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평가 금액 손실은 5100만달러(약 650억원)로, 산 가격보다 현재 가치가 반 토막 났다. 나이브트래커는 이날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 53%가량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정부가 구체적인 비트코인 매매·보유 현황을 공개하진 않고 있어 엘살바도르 안팎의 언론은 비트코인 매입 수량과 단가 등을 추정만 하는 상황이다.
비트코인 가치 급락에 엘살바도르 정부는 재정 파탄 우려 진화에 나섰다. 알레한드로 셀라야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현지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손실 금액은) 우리 전체 예산의 0.5%에도 못 미친다”며 “재정 위험은 극도로 적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손실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BC뉴스는 대부분의 기업과 정부는 부실자산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미실현손실’로 기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손실은 국민 5분의 1이 하루 5.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나라에게 큰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와 더불어 법정통화로 채택하고 ‘비트코인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이민자들이 더 쉽고 저렴하게 본국에 송금할 수 있고, 경제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시 엘살바도르 정부는 1인당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고 전국에 200대 이상의 ATM을 설치하는 등 비트코인 사용 활성화 유도에 힘썼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 정부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정책을 폐기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IMF는 가상화폐 특성상 가치가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 화폐 보유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우려의 시선과 가상화폐 시장 하락세에도 부켈레 대통령의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 그는 지난달 10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500개를 평균 단가 3만744달러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날도 재정 위험이 적다는 셀라야 재무장관의 발언을 전한 기사를 트위터에 인용하며 “비트코인을 더 사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적었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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