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 눈] 평생직장 산은의 ‘엑소더스’…“흔들리는 경쟁력”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hare.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913010006552

글자크기

닫기

정금민 기자

승인 : 2022. 09. 13. 15:45

기자의눈
"산업은행은 더이상 평생 직장이 아닙니다. 고급 인재들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한 직원은 내부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의지가 강한 만큼 당분간 탈출 행렬이 이어질 거라는 얘기였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정년 퇴직자와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제외한 총 38명의 직원들이 조기 퇴직했다. 7개월 동안에만 지난해 퇴직자수(31명)를 상회하는 규모가 산업은행을 떠난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평균 퇴직자수(32.6명)와 비교해도 높은 규모다. 조기 퇴직자 중 일부는 민간 금융사 이직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직원들은 "퇴사자 중 일부가 모 캐피탈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고 하더라"며 "몇 년간 실무 능력을 익힌 조직의 기둥들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산은 내부에서는 갑작스런 인력 유출 문제를 산은 이전 추진과 연결 짓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둥지를 튼 인력들이 '이산가족' 신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업무 비효율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산은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 대우조선과 KDB생명 매각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지방 이전만 밀어붙일 경우 국제 금융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금융 기업과 유관 기관들이 물리적으로 멀어질 경우 위기 대응 능력이 저하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원칙을 지키되 현실을 보듬는 묘수가 필요한 때다.


정금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